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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첨단의 공존? 대영도서관 복도의 모습. 노트북 사용자를 위한 전용 좌석 뒤로 이 도서관이 보유한 백만건 이상의 어마어마한 자료 중 일부가 그대로 보인다. 도서관 곳곳에서 누구나 편리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완벽한 환경이 지원되고 있지만 무선인터넷 접속은 돈을 내야 한다. 좀 비싸다. |
런던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곳곳에 도서관이 많다는 것입니다.
지난 봄부터 기회가 되면 여러 도서관을 찾아가보며 어디가 시설과 분위기가 좋은지 비교하는 것이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곧 소개할 국립 도서관처럼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도 있고, 특히 동네마다 작은 도서관들도 많고 지역 주민들이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점도 보기 좋습니다. 동네 특성에 따라 분위기도 묘하게 달라 재밌습니다.
그런데 몇달간의 '도서관 투어' 중 대영도서관(The British Library)만한 곳을 찾진 못했습니다. 여기 가기 시작한 것은 두달 전쯤인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집에서 좀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가게 됩니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라도 날까 걱정 많은 이 곳 사람들, 여기 입구에서도 범죄나 테러 위험에 대비해 모든 방문객의 가방을 검사한다. 가방 없이 들어갈 경우는 그냥 지나가도 된다. |
도서관에 출석도장만 많이 찍었지 알차게 공부를 하진 못했던 것 같아서 글을 쓴다는 게 민망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그 곳의 책상이 아른거리는 치명적 매력(?) 때문에 한번은 소개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싶어 캠코더를 들고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King's Cross & St. Pancras 역에 내려 몇 분만 천천히 걸으면 도착하는 이 곳은, 하루 종일 콕 박혀 책을 볼 수 있을법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시내 1존에 있어 오고 가기 어렵지 않고 안과 밖의 모든 공간이 넓고 쾌적하고 깨끗합니다. '국립' 위상에 걸맞게(?) 직원들도 매우 친절합니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비싼 감은 좀 들지만 맛이 나쁘지 않고요. 서가에 들어서면 방대한 자료 규모에 일단 놀라고, 1천석은 족히 넘는 개인별 좌석에 감동하게 됩니다. 널찍한 책상과 푹신푹신한 큰 의자와 전용 스탠드와 콘센트까지 사람사람마다 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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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도서관 내부의 카페와 레스토랑 각자 고르기 나름이지만 카페 커피는 2파운드 안팎, 레스토랑에서의 한 끼 식사는 6~7파운드 선에서 해결 가능하다. 맛이 탁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값은 하는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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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락커룸 리딩 룸에 개인 가방이나 코트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락커룸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1파운드 동전을 넣고 문을 잠그고, 문을 열면 반납되는 무료 사물함이니 부담 가질 필요 없다. 점심시간 전후로는 사람이 몰려 빈 곳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
도서관 건물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서가를 이용하려면 회원증을 만들어야 합니다. 간단한 서류만 준비하면 외국 학생들도 즉석에서 발급받을 수 있어서 전혀 불편할 것 없습니다.
다만 책 훼손에 민감한 이 곳 특성상 서가 이용할 때는 제한이 좀 많은 편입니다. 연필 외에 모든 펜 종류는 반입이 금지되어 있고, 책 대출이나 사진 촬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동영상에 정작 리딩 룸 내부는 전혀 담을 수 없었습니다.) 개인 가방도 들고 들어갈 수 없어서 도서관 측이 제공하는 비닐가방에 개인 소지품을 모두 넣어야 하고 문 앞에서 직원이 확인합니다. 대신 사물함을 무료로 운영하는데 그 락커룸조차 깔끔해서 안 좋아할 수가 없지요.
이런 내부 시설 말고도 도서관 곳곳에서 느껴지는 문화의 향기가 마음을 차분하고 훈훈하게 만듭니다. 기본적으로 이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백만 단위의 자료 자체가 이미 거대한 문화 자산이지만, 여기에 층층마다 소규모 기획전이 열리고 있고 공식 전시관도 1층에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통째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겸 박물관 겸 미술관'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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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에 구경 오세요 도서관 내부에 별도의 전시관도 있고, 층마다 남는 공간을 활용해 각종 기획을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
대영도서관은 이렇게 하루종일 책도 읽고 커피도 마셨다가 나가서 바람도 쐬고 전시회도 볼 수 있는 멋진 환경을 지원하기에, 런던에서 공부하실 계획이 있다면 틈틈이 이용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매캐한 공기나 구질구질한 날씨 때문에 가끔 '런던이 왜 좋아?'라고 투덜거리다가도, 도시 곳곳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강국' 의 모습을 보면 런던의 탄탄한 문화 인프라를 입증하는 것 같아 부럽고 탐납니다.
[실전 Tip] 대영도서관 회원증(Reader Pass) 간단하게 만들기
회원의 '거주지' 및 '서명'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만 첨부하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즉석에서 회원증을 발급해준다. 도서관 측에서 인정하는 증빙서류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있는데, 어학연수생 입장에서 준비하기 가장 손쉬운 것은 뭘까. 은행에서 발송한 거래명세서, 휴대폰·인터넷·가스·전기 등 각종 공과금 고지서, 주소가 표시된 스쿨레터, 세금고지서 등 중에서 한 개, 그리고 여권 또는 데빗카드 중 한 개를 골라 준비하면 된다.
등록 데스크로 가서 컴퓨터로 본인의 신상명세를 입력한 뒤 모니터에 출력되는 대기번호를 기억하고 앉아서 기다리면 된다. 곧 직원이 번호를 부를 것이다. 입력한 내용이 모두 맞는지 확인한 뒤 서류를 보여달라 한다. 영국에 언제까지 체류하는지 묻고 넉넉하게 유효기간을 잡아 즉석에서 카드를 찍어준다. 바로 이용하면 된다.
다만 조심(?)해야 될 것은 직원 컴퓨터에 달린 작은 웹캠으로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서 회원증에 붙여 나온다. 따라서 머리가 까치집같다거나, 피부 상태가 너무 안 좋거나, 화장을 전혀 안 하고 갈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 매번 서가를 들락날락할 때마다 꺼내야 하는 카드이니 간단하게 외모 관리는 하고 가야할 듯.
회원의 '거주지' 및 '서명'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만 첨부하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즉석에서 회원증을 발급해준다. 도서관 측에서 인정하는 증빙서류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있는데, 어학연수생 입장에서 준비하기 가장 손쉬운 것은 뭘까. 은행에서 발송한 거래명세서, 휴대폰·인터넷·가스·전기 등 각종 공과금 고지서, 주소가 표시된 스쿨레터, 세금고지서 등 중에서 한 개, 그리고 여권 또는 데빗카드 중 한 개를 골라 준비하면 된다.
등록 데스크로 가서 컴퓨터로 본인의 신상명세를 입력한 뒤 모니터에 출력되는 대기번호를 기억하고 앉아서 기다리면 된다. 곧 직원이 번호를 부를 것이다. 입력한 내용이 모두 맞는지 확인한 뒤 서류를 보여달라 한다. 영국에 언제까지 체류하는지 묻고 넉넉하게 유효기간을 잡아 즉석에서 카드를 찍어준다. 바로 이용하면 된다.
다만 조심(?)해야 될 것은 직원 컴퓨터에 달린 작은 웹캠으로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서 회원증에 붙여 나온다. 따라서 머리가 까치집같다거나, 피부 상태가 너무 안 좋거나, 화장을 전혀 안 하고 갈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 매번 서가를 들락날락할 때마다 꺼내야 하는 카드이니 간단하게 외모 관리는 하고 가야할 듯.
/ 임현우 whatisthis@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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