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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장비에 열악한 환경…축나는 소방관

입력 : 2008-08-21 14:50:40 수정 : 2008-08-21 14: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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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은평구 나이트클럽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순직한 소방관 3명처럼 소방관들은 화재를 조기에 진압하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어김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종종 부상을 당하고 때로는 생명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현장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묵묵히 화마와 싸우지만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올해로 24년째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고 있는 강남소방서 삼성안전소방센터 김종신(53) 소방장은 21일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무거운 장비를 들고 일하는 고충을 털어 놨다.

김 소방장은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장비가 너무 무겁다는 점"이라며 "좀 더 가벼운 걸로 새로 만들 수도 있을텐데..하루 이틀 현장에 출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둔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동철(43) 소방장도 "영화에 나오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첨단 장비를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김동철 소방장은 5월 강남의 한 병원에서 발생한 불을 끄던 중 떨어지는 물건에 맞아 10바늘 가량 꿰맸다. 장비에 신경을 쓰다가 집중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소방장은 "장비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아 일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날카로운 물건에 찔려서 혹시 공기호흡기에 구멍이라도 나지 않을까 연기가 새는 것은 아닐까 계속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한 소방관은 "소방 차량의 내구연한이 10년인데 이를 3∼4년 초과한 차량도 여전히 많이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장비가 노후됐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화상을 입는 일도 다반사지만 화상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많지 않은 것도 소방관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김종신 소방장은 "영등포에 있는 한강 성심병원이 서울에서 거의 유일하게 화상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인데 화상을 입으면 거기로 후송될 때까지 고통을 참아야 된다. 정말 힘들다"고 전했다.

과도한 행정 업무와 24시간 교대 등 열악한 근무 환경도 소방관들의 몸을 축나게 한다.

서대문소방서 김경일(49) 소방위는 "화재 진압과 장비 점검만으로도 바쁜데 행정 업무가 너무 많다. 밤에 출동이 잦아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데 하루에 열람해야 하는 문서만 50∼60건이다보니 낮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전했다.

강남소방서 박종필(38) 소방교도 "오전 9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9시에 퇴근하는 식으로 교대 근무를 하는데 피로가 쌓일 수 밖에 없다. 새벽에 불이 자주 나는데 그러면 하루 종일 일하고 밤까지 샌 근무자들이 불을 끄러 가야 한다"며 하소연했다.

강동소방서 윤태균(47) 소방위는 "인력 부족과 장비 노화가 가장 큰 문제"라며 "화재 진압을 하러 들어갈 때는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록 안전하다는 것이 정설인데 인원이 부족해 작은 화재는 혼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경일 소방위도 "소방서와 안전센터는 계속 늘어나는데 인원은 그대로이다 보니 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업무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인원 확충을 요구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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