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이었던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올 여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김민규(29) 씨의 입에서는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젊은 여성들이 모두 비키니수영복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리해수욕장 등 젊은 층이 주로 모이는 해수욕장에서는 원피스수영복을 입은 여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2008년 여름 해수욕장에 밀어닥친 비키니의 물결은 주요 백화점의 비키니수영복 판매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13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따르면 올해 8월10일까지 비키니수영복 매출액과 원피스수영복 매출액 비율은 약 8:2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도 올해 8월10일 기준 비키니와 원피스의 판매비중이 7:3에 달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재작년까지만해도 비키니와 원피스의 판매비율이 거의 5:5였지만 작년부터 비키니가 원피스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며 "원피스수영복은 대부분 실내수영장용으로 제작되는만큼 해변에서는 비키니 비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여성 열명 중 아홉명은 비키니를 입는다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비키니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이처럼 해수욕장이 비키니의 물결로 뒤덮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직 종사자 문모(27.여) 씨는 "인터넷쇼핑몰 활성화가 비키니의 유행에 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할 경우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할 때보다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국내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외국 비키니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또 비키니는 유행을 타는 제품이라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면 구매충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
몸매를 가리는 비키니가 등장한 덕분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학생 김모(23.여) 씨는 "랩스커트로 허리 아래부분을 가리거나 백사장에서는 썬드레스를 입는 등 비키니도 잘만 꾸미면 자신없는 부분을 효과적으로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25.여) 씨는 "`비키니 사려고 하는데 용돈 좀 주세요'라고 말하기는 민망하지 않느냐"며 "여성이 경제력을 갖추게 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이 경제력을 갖추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몸을 드러내게 됐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비키니의 유행이 여성의 지위향상을 반영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성학을 전공한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40.여) 교수는 "과거에는 몸에 대한 관심의 초점이 건강과 출산 등이었다면 최근에는 일종의 자산 또는 능력으로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다이어트와 운동, 성형수술 등으로 몸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일종의 능력으로 인식되는 만큼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 몸을 드러내고 주변의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 오늘날 여성들의 심리라는 것.
이 교수는 그러나 몸을 꾸미는 데 경제적 능력과 나이 등 다양한 차별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몸매에 어떻게 비키니를…'이라는 핑계가 과거에는 그 자체의 의미로 해석됐지만 지금은 `능력 부족'을 뜻하는 것으로 인식된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비키니를 입을 수 없는 여성의 열등감은 과거에 비해 2배가 된다"고 꼬집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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