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특별검사’ 기능을 수행해온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법무부는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 보수법’ 폐지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란 재정신청 사건에서 검사를 대신해 공소유지를 책임지는 변호사다. 옛 형사소송법 265조는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 경우 해당 사건의 공소유지를 맡을 변호사를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가 되면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검사로서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일종의 ‘특별검사’에 해당하는 셈이다. 1988년 제정된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 보수법’은 공소유지를 맡은 변호사가 확정 판결 때까지 특별검사처럼 활동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수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해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의 근거 조항인 265조를 삭제했다. 재정신청 사건의 공소유지 주체도 변호사에서 검사로 바뀌었다. 법 개정에 깊이 관여한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재정신청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굳이 공소유지 변호사를 지정해 별도의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자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됐다. 법무부는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가 사라진 만큼 그 보수 지급에 관한 법도 실효성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 1호는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조영황(67) 변호사다. 조 변호사는 민주화 직후인 1988년 이른바 ‘부천서 성고문’ 사건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를 맡아 엄정한 조사를 거쳐 고문 경찰관의 유죄를 이끌어냈다. 이후 조 변호사에겐 ‘사실상의 국내 특별검사 1호’ 또는 ‘특별검사의 원조’라는 별명이 붙어다녔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팀에서 특검보로 활약한 이우승(51) 변호사도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로 명성을 날렸다. 2000년 4·13 총선 당시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김영배 전 국회부의장의 공소유지를 맡은 것. 이 변호사의 집요한 조사 끝에 김 부의장은 2003년 3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잃었다.
사안에 따라선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를 못 구해 애를 먹은 경우도 있다. 2004년 4·15 총선 당시 경력 허위공표 혐의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사건을 배당받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 물색에 나섰으나 희망자가 없어 한동안 재판을 열지 못했다. 결국 지역 변호사 중 가장 연장자인 고용균(61) 변호사가 ‘특별검사’를 자처해 문제가 겨우 풀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