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는 이야기의 전말이 담겨있다. 크레타섬의 아리아드네 공주는 영웅 테세우스와의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괴물이 된 친오빠 미로타우로스를 처치하도록 실타래를 건네준 사랑에 눈먼 여인이다. 그러나 테세우스는 잔인하게도 그녀를 낙소스 섬에 버리고 몰래 떠나버린다. 잠에서 깨어나 홀로 버려짐을 깨달은 그녀가 실성하여 머리를 풀어헤치고 울부짖던 중, 북과 심벌즈 소리와 함께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출현하였다. 갑자기 들이닥친 디오니소스를 죽음의 신으로 착각한 아리아드네는 자신을 죽음의 나라로 데려가 달라고 디오니소스에게 몸을 던졌다. 아름답고 상심에 잠긴 아리아드네를 본 순간 디오니소스의 사랑이 첫눈에 끓어오르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당신이 내 품에서 죽는 것보다 저 하늘의 별이 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고백과 함께 디오니소스가 왕관을 하늘로 던지자 북쪽 왕관자리가 탄생했다고 한다.
그림 속에 나타난 아리아드네의 망설임은 지난 사랑의 상처가 미처 아물지 않은 채로 두 번째 사랑이 불쑥 나타났을 때의 당혹함을 담으려던 화가의 의도였는지 모른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불 같은 사랑이 막을 내렸을 때, 홀로된 이들을 휘감는 지독한 외로움의 고통은 가히 죽음의 무게에 비견되곤 한다. 달콤했던 기억들과 영원하자던 맹세들… 그런데 희한하게도 홀로된 이들은 곧 두 번째 사랑을 만난다. 너 없이 살 수 있을 거라더니…
사랑을 위해 친오빠와 조국을 버렸던 공주, 아리아드네처럼 사랑이 충만한 여인은 마치 연료를 채우듯 공허한 심장에 사랑을 채워 넣어 살아간다. 사랑이 없이 산다는 것은 이들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금슬이 좋았던 부부일수록 사별 후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것일 게다.
반면, 두 번째 사랑은 신중함과 노련함이 더해져, 더욱 온전한 모습의 사랑이 된다고들 한다. 사랑과 이별도 거듭할수록 학습효과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타인과 자아에 대한 이해를 가능케 하는데 이만큼 좋은 경험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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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형보 바람성형외과원장 |
심형보 바람성형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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