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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나의 필름포커스] 강철중: 공공의 적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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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6-27 10:34:48 수정 : 2008-06-27 10: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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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의 폭력 과연 정당한가 성찰하게 해
흥행에 막대한 성공을 거둔 영화는 약간의 새로움으로 무장한 채 돌아오곤 한다. 영어 몰입교육과 상관없는 배경을 가진 탓인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다음에 또 봐, 베이비!’라고 터프하게 내뱉은 ‘터미네이터2’의 대사는 전편 우려내기 대박 야심을 드라마틱하게 고백한 명대사쯤 될 것이다.

3번째 다시 만나게 된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 시리즈는 ‘3편’이란 말 대신에 (논문도 아니면서) ‘1-1’이란 꼬리표와 ‘강철중’을 내걸었다. 그러니까 ‘공공의 적’의 핵심은 강철중(설경구) 캐릭터다. 그 점을 1편 못지않게 살려낼 것이라는 약속을 제목 속에 넣으며, 통상적인 3편이 아니라는 미끼를 던지는 셈이다. 게다가 독특한 코미디로 일가를 이룬 장진의 각본과 그의 페르소나 정재영이란 새로움이 덧붙여진다.

냉소적인 인생관과 무차별 폭력에 젖어 사는 형사 강철중은 여느 때보다 더 힘빠진 늙은 개처럼 보인다. 형사생활 15년에 전세 융자조차 못 받는 처지에 낙심한 그는 사표를 던진다. 무력한 가장이 된 강철중이 퇴직금 때문에 어쩔수 없이 코가 뀌어 맡은 마지막 임무는 고등학교 살인사건. 살인사건 뒤에 숨은 대기업 CEO 이원술의 가증스러운 범죄를 밝혀내는 것이다.

최근 국가 단위이건 대학이건 경제적 효율성을 내걸며 떠받드는 지도자상, 즉 성공한 CEO의 풍모를 가진 이원술은 세련된 악당이다. 남루하고 처져있는 강철중에 비해 돋보일 정도로 깔끔하게 차려입고 근사한 폼을 잡는 그는 강철중보다 복잡한 캐릭터이다.

정재영은 날 선 연기력으로 점잖은 호남 사투리를 구사하며 복합적인 이원술 캐릭터의 외피를 재연하지만, 정작 강철중과의 대결에서 캐릭터의 깊이가 잠식돼 버려 박진감이 떨어진다.

살코기 더미가 가득 내걸린 도축장 살인 현장의 핏빛 잔인함에 학교에서 밀려나 조직폭력배가 되기로 결정한 고등학생들의 훈련 과정이 드리워진다.

예견이나 한듯 미친소 파동과 초중고생들이 주류가 된 촛불집회가 연상되는 이런 착상들은 강우석의 탁견을 보여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영화는 경찰의 폭력을 동반한 동물적 수사감각을 찬양하기 위해 도축장과 고등학생을 사용하는 데 그쳐, 흥행요소로 작동할 시대의 예지력을 폭력효과로 날려버린다.

‘한국형 시리즈’를 내걸고 ‘투캅스’와 ‘공공의 적’을 번갈아 재생산해 내는 ‘강’우석의 ‘강’한 폭력 전시장의 호스트 ‘강’력계 경찰상은 뇌물과 폭력으로 희화화된다. 그 와중에 공공의 악인 사악한 범죄집단을 응징하는 경찰 폭력은 강력한 공권력 집행으로 정당화된다. 그러니까 좋은 폭력과 나쁜 폭력을 나누고, 전자의 승리담을 즐기는 피투성이 게임이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감된다. 폭력드라마가 사회 건전성 확보에 봉사하는 착한 시민 교육용이 되는 아이러니가 내부 고발 없이 연거푸 자행되는 이 시리즈에서 공권력의 폭력 정당화에 대한 성찰을 권유하는 시대의 요구는 지나친 것이 아니다.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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