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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글로리아] '위기를 기회로' 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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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6-30 17:10:39 수정 : 2008-06-30 17: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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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아픔딛고 LNG船 시장 평정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2005년 8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멕시코만을 강타하면서 재즈의 고향인 남부 뉴올리온스를 삼켜 버렸다. 가공할 위력의 카트리나는 미국 내 석유 생산의 25%, 천연가스 생산의 14%를 담당하는 멕시코만 일대를 휩쓸면서 남부지역의 정제소와 수송관을 파괴시켰고 뉴올리온스는 고립됐다. 수해로 전기가 끊겨 암흑도시가 된 뉴올리온스는 취사를 위한 가스마저 지상 시설이 대부분 파괴되면서 공급이 중단돼 사람이 살 수 없는 유령도시로 변할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이 지역의 가스는 LNG(액화천연가스)선이 가스를 액체 상태로 운반하면 지상에서 이를 기체로 변화시켜 가정과 발전소 등에 공급하는 형태였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구세주로 등장한 것이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LNG-RV(액화천연가스 기화공급)’선이었다. LNG-RV선은 허리케인이 지나가는 와중에도 배에서 액체상태의 가스를 기화시켜 바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해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화물창 작업대가 설치된 대형 LNG선 블록이 해상크레인에 의해 이동 탑재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행보가 놀랍다. 한때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었던 기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매각을 앞둔 대우조선해양은 재계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폭풍의 눈’으로 평가받고 있다. 워크아웃 졸업 후 성장성·건전성·안정성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포스코, 한화, GS, 두산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택과 집중’이 경쟁력의 원천=카트리나 피해 현장에서 ‘LNG-RV’선의 위력을 실감한 선주사인 벨기에 엑스마사의 니콜라스 사베리스 회장은 대우조선에 감사를 표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우조선에는 LNG-RV선에 대한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은 LNG-RV를 넘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LNG선은 부피가 큰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의 초저온 상태에서 액체로 만들어 운반한다. 운송 과정에서 LNG는 특성상 조금씩 기화된다. 그대로 방치하면 폭발할 위험성이 있어 이를 뽑아 엔진 연로로 쓰거나 그냥 태워 버린다. 이렇게 새는 가스가 통상 한 척당 연간 3000여t으로, 금액으로는 무려 100만달러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여기에서 경쟁력의 요소를 찾았다. 회사 측은 LNG 보관함의 강도를 강화해 아예 기화가 되지 않도록 봉쇄해 버리는 ‘sLNGc(sealed LNG carrier)’를 개발, 국내외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LNG선 통합 자동화 시스템’이나 ‘LNG-RV선’, ‘초대형 LNG선’ 등은 국내 10대 신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은 이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부품·시스템을 국산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자재비까지 낮춰 원가 경쟁력을 키웠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2억달러가 넘는 LNG선 가격을 1억7000만달러까지 낮췄고, 한때 전 세계 발주량의 45%를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45척의 LNG선을 건조해 인도했다.

2005년에는 미 셰브론사로부터 당시 세계 최대 규모(1조원)인 원유저장하역설비(FPSO)를 수주했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 말에는 프랑스 토탈사로부터 21억달러(2조원)에 달하는 FPSO의 건조 주문을 받아냈다. 이 해양설비는 길이 325m, 폭 61m, 높이 65m, 무게 12만t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FPSO 가운데 가장 크다. 2011년 6월에 인도되면 서부 아프리카 인근 수심 1000m 심해에서 하루 2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대우조선해양이 이 거대 설비를 설계부터 구매, 생산, 설치, 시운전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 기술’로 수행하는 턴키방식으로 수주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은 “부유식 해양설비를 턴키방식으로 수주한 것은 세계가 우리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2005년 미 셰브론사로부터 수주한 당시 세계 최대 규모(1조원) 원유저장하역설비(FPSO)인 아그바미 건조 장면.

대우조선해양의 도전은 끊이지 않는다. 이 회사는 최근 오만 정부와 두쿰지역에 관광도시를 건설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분당 신도시보다 20∼30% 큰 규모로 조성되는 이 사막도시는 ‘제2의 두바이’로 불리며, 투자액만 200억달러가 넘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에는 나이지리아 국영석유회사인 NNPC사와 공동으로 해운회사를 설립하고, 한국전력·한국석유공사와 나이지리아 해상유전 2개 광구 개발권도 따냈다.

◆위기를 기회로=대우조선해양의 과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임진왜란의 첫 승전지인 거제시 옥포만에서 1981년 출범한 대우조선은 2차 오일쇼크로 설립 초기부터 곤욕을 치렀다. 이후 경영혁신 운동으로 정상화에 도달하는 듯했지만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전 직원의 노력으로 2년 만인 2001년 8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나는 저력을 발휘했다. 여세를 몰아 최고 기업으로 가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 상태다.
◇해상에서 LNG를 곧바로 기화시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LNG-RV(액화천연가스 기화공급)’선 모습.

지난해부터 시작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되자 대우조선해양은 이른바 ‘F1 전략’을 수립,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해가고 있다. ‘F1 전략’은 불확실한 경제환경 속에서도 업계 최고의 경영 목표를 빠른 시간 안에 달성하고(First), 일하는 방식을 빠르게 전환하며(Fast), 회사의 규정과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자(Formula)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년에는 세계 1위의 조선해양 기업이 되고, 2015년 목표로 제시했던 매출 24조원도 2012년으로 앞당겨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대우조선해양은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서 이미 대형 플로팅 도크 1기 추가 도입, 3600t급 해상 크레인, 육상 골리앗 크레인 설치 등을 완료했다. 내년까지 길이 350m인 2도크를 540m로 늘리고, 1500억원을 투입해 길이 438m, 너비 84m인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 선박 건조장비인 플로팅 도크(부유식 도크)를 추가로 건조할 계획이다. 이 대형 플로팅 도크가 완공되면 1만26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을 연간 6∼7척을 더 건조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래전략선종인 ‘크루즈선’을 정복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은 1998년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동양고속페리에 ‘트레저 아일랜드호’를 인도한 것을 시작으로 그리스와 이탈리아 선주사에 크루즈선의 전 단계인 ‘세미 크루즈’ 5척을 인도한 경험이 있다.

김기동 기자 kid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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