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교 남녀공학은 역사가 짧다. 그 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나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위원회 출범으로 공론화되었다. 이어 98년 전국에 확산하였으니 10년 조금 넘는다. 남녀공학이라 했지만 초기에는 남녀 학생이 반을 달리하는 분반 형태였다가 요즘은 같은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받는 합반(合班)이 대세이다. 합반이 남녀공학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합반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남녀공학과 합반을 했던 외국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목격된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최근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다른 교실에서 수업하는 공립학교가 올가을에는 500여개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성별에 따른 학습태도나 인지 능력, 뇌 발달 등에서 차이가 나 분반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250여개 교였던 것이 1년 새 배로 증가한 것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남녀 분리수업을 하는 공립학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변화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비견되는 에이 레벨(A-level) 성적을 분석한 결과 남녀공학보다는 여학교와 남학교에서 공부한 학생이 좋은 성적을 보였다고 한다. 남녀공학을 남학교, 여학교로 분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분반해 수업한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형태로 남녀공학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대입의 주요 요소인 내신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불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과목별로 30∼40%를 차지하는 수행평가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유리한 점은 일선 교사도 인정한다. 서울의 한 사립고교는 몇 년 전 남학생과 여학생의 내신을 분리한 적이 있었다. 대입에서 남학생의 내신 불리를 막아보려는 편법이었다.
우리도 남녀공학=양성평등이란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때가 되었다. 남녀공학의 문제점과 남녀 학생의 분반과 합반에 따른 학업성취도 등을 조사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교육문제에 관한 한 쌍심지를 켜는 학부모들이 이 부분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희한하다.
조병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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