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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기여입학제 선진국의 성공사례 배워야

입력 : 2008-06-17 19:20:22 수정 : 2008-06-17 1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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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교육평론가
바야흐로 등록금 1000만원 시대로 접어들었다. 일부 사립대는 이미 몇 년 전에 1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은 2.5%에 그쳤는데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6.6%로 치솟았다. 2007년 3분기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328만2000원인 것과 비교할 때, 석 달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등록금 조달이 가능하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대부분 금융권에서 등록금을 조달한다. 대출이 늘어날수록 가계는 부실해지고 노후 대비는 꿈도 꾸지 못한다. 주변을 보면 등록금 폭탄이 두려워 자식을 해외로 유학 보내겠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국내 명문대를 보내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교육 여건이 우수하고 학비가 저렴한 외국 대학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학은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할 수도 없는 처지다. 정부 지원도 한계가 있고, 이마저도 사립대학은 기대하기 힘들다. 총학생회와 시민단체들이 연례행사처럼 등록금 저지 투쟁에 나서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미궁에 빠진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 선진국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의 대학이 몰려 있는 미국은 오래전부터 기여 입학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거부감은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기부금을 내고 자녀를 입학시키는 재력가들 덕분에 가난한 학생들이 더 많은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며 환영한다.

한국에서는 기여 입학이라는 말만 나와도 당장 사회 윤리나 정의가 무너져 내릴 것처럼 얼굴부터 붉히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과는 전혀 딴판이다. 무엇보다도 공정해야 할 입시에서 어떻게 대학 입학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느냐는 명분 앞에서는 그 어떤 반론도 설 자리를 잃은 채 매도당하기 일쑤다.

미국의 대학이 기부금을 받고 입학을 허가하는 것은 철저한 학사관리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즉 부모의 재력으로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졸업만큼은 엄격하다는 점이다. 능력에 미치지 못하면 중도 탈락하거나 아예 졸업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 기부금은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이나 교육환경 개선 등에 쓰인다. 그러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요즘 대학가의 최대 화두는 ‘등록금 폭탄’이다. 어느 대학을 가든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창 공부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입시 자율화에 따라 일부 대학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 및 차상위 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기회균형 선발’ 등 사회적 배려자 전형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대학이 사회통합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정한 기준을 정해 기여 입학과 관련한 전형을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투자가 곧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해묵은 논쟁만 되풀이할 건가. 특히 악화 일로인 가정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기여 입학제 공론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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