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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애독서] 조유식 인터넷서점 알라딘 대표

입력 : 2008-05-24 13:08:59 수정 : 2008-05-24 13: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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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경영자의 핵심 책무 중 하나일 것이다.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기업은 현실을 직시할 수 없으며,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일상적인 업무보고든 시장의 변화에 대한 보고든, 좋지 않은 사고에 대한 보고든 신속 정확 진실한 보고가 이뤄져야 기업이 실수나 과오를 범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보고를 강조하다 보면 보고를 위한 보고도 나오고 허위보고도 나온다. 경영자가 이런 것들을 솎아내기 위해 확인하고 공부하고 노력해야 보고체계가 잡힐 테니 지난한 일이다.

나는 인물전기를 즐겨 읽는 편이다. 사람이야기만큼 흥미롭고 생생한 이야기가 또 있겠는가. 오늘의 주제로 택한 ‘보고’와 관련해서는 청나라의 5대 황제 옹정제가 단연 압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일본의 역사가 미야자키 이치사다가 옹정제와 232명의 관리들이 주고받은 서간문집 ‘주비유지’를 바탕으로 저술한 ‘옹정제’(이산출판사)에 의하면 옹정제는 보고의 달인이었다.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에 조회하고 낮에 접견하고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다가, 해가 지면 전국의 지방관들로부터 올라온 수십통의 보고서를 검토하고 붉은 먹을 붓에 찍어 일일이 답신한 후에야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특히 보고를 열심히 챙겨서, 일단 지방관들을 임명할 때부터 보고를 생활화하도록 했다. 임지에 부임하자마자 자금성에서 황제를 알현할 때 들은 교유를 그대로 외워 보고토록 하고, 틀리면 직접 글자를 고쳐서 답신토록 했다. 보고를 왜 해야 하는지 깨우쳐주면서 수시로 보고를 닥달했다.

보고를 잘못하면 호된 질책의 답신이 전해졌다. ‘바보는 고칠 수 없다는 말은 바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 ‘눈가림만 하는 사기꾼’ ‘이걸 보고라고 했느냐.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일을 왜 이제야 보고하느냐’ ‘이렇게 하찮은 것만 보고하는 걸 보니, 반드시 보고해야 할 중대한 사안을 감추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황제에게 이런 질책을 받은 관리들은 목이 달아날까 전전긍긍했겠지만, 황제는 보고를 잘못했다고 질책은 해도 벌을 내리진 않았다고 한다.

반면에 충실하고 진실한 보고가 올라오면 칭찬하고 격려한다. ‘경의 보고는 길지만 이처럼 유익한 보고라면 읽는 것이 즐거워서 괴로움을 잊어버린다.’

옹정제는 13년의 재위기간 동안 여행을 거의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현장 확인은 못한 셈이다. 대신 철저한 보고 챙기기로 중국 천하의 지방관들이 백성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도록 부단히 채근하였다. 또한 그는 검소하여 자신을 위해서는 한푼도 사치스레 낭비하지 않도록 하고 치수나 빈민구제에 재정을 집중토록 했다. 풍작이 오면 성군이 난 탓이 아니라 하늘의 가호이니 감사하다 했고, 홍수가 나면 제대로 대비 못한 너희 지방관들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짐의 책임이 더 크다고 자책하였다.

옹정제의 거실 입구에는 ‘爲君難’(위군난), 즉 ‘군주 하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액자를 걸어놓고, 기둥에는 ‘천하가 다스려지고 다스려지지 않고는 나 하나의 책임이며, 나 하나로 인하여 천하를 고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액자를 걸어두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옹정제를 일컬어 ‘세계에서 가장 양심적인 독재군주’라 평했다. 요즘에야 ‘양심적’인 것은 필수지만 ‘독재’는 절대 안 되는 일이고, 직원들의 보고에 답하며 함부로 ‘바보’라고 했다간 자리 보전도 힘들 것이다. 이 점을 제외하면 국가관료조직의 선량하고 성실한 관리자로서 전심전력했던 옹정제의 모습에는 시대를 넘어서는 호소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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