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지어 공중파에서도 이들의 독설은 여과 없이 이어졌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명랑히어로’에서 가수 이하늘은 이명박 대통령의 ‘얼리버드’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잠이 덜 깨서…”라고 비꼬았고, 박미선은 “돈 많이 벌면 뭐하나, 죽으면 끝나는 걸”이라고 말했다. 김유곤 PD는 “따로 방송 대본이 있지 않고 출연자들이 즉흥적으로 발언한 것”이라며 “세상 이야기를 다루는 오락 프로 차원에서 봐 달라”고 말했다.
이들 발언에 대한 여론은 일단 긍정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벌여 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61.3%는 미국 소고기 수입과 관련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연예인에 대해 ‘용기 있는 발언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기에 영합한 무책임한 발언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이는 20.8%에 불과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국민의 가려운 데를 속시원하게 긁어줘 통쾌하다는 즉흥적인 심리가 작용한 것이지 이들의 발언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중평이다.
광우병처럼 확정된 객관적 사실이 부재하는 데다 정치적 입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사안에 대한 연예인의 발언은 대중의 호응과 별개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견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직자나 정치인만큼은 아니더라도 대중의 기대와 사랑에 힘입어 인기를 누리는 공인인 만큼 확실한 증거와 논리를 통해 팬들에게 발언하는 사회적 책임의식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탤런트 독고영재 등 연예계 한편에서 “젊은 연예인들이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면서 블로그 등에 글을 올리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계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독고영재는 10일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해 일부 언론과 연예계 내부에서 정치 쟁점화 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며 “(일부 연예인들의 광우병 발언에 대해)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또 광우병 이슈는 ‘국민 생존권’과 결부된 사회 현안이라고 말하지만,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는 상황에서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권이 연예인이 지닌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거운동원처럼 악용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방송협회 윤성옥 연구위원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스타들의 의견 개진은 공인으로서 그들을 있게 한 팬과 사회 건강성을 위해 기여하는 측면이 큰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정치 쟁점화나 신중치 못한 발언은 오히려 사회 건강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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