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실정의 반대급부로 태어났다. 잘나고 똑똑하고 예뻐서 뽑힌 대통령, 국회의원이 아니다. 따라서 현 정부가 성공하려면 철저하게 지난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그런데, 실패한 것들만 흉내내려 하고 있으니 민심이 떠날 수밖에…. 정부 출범 100일도 안된 허니문 기간에 일어난 이번 사태는 국민이 주는 경고이자 다른 한편으론 축복이다. 빨리, 제대로 수습해 초심이라고 믿고 싶은 ‘서번트(섬김) 리더십’을 되찾는다면 말이다.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했던 노무현 정부를 제대로 비판한 책이 두 권 나란히 나왔다. 하나는 한때 열렬한 ‘노빠’였던 1인 저널리스트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아웃사이더 콤플렉스’(개마고원)이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학의 권위자 김호진 고려대 명예교수가 노무현 정부 항목을 추가한 개정판 ‘한국의 대통령과 리더십’(청림출판)이다.
공교롭게도 두 교수는 모두 노 정부를 콤플렉스 정권으로 명명했다. 강 교수는 책 제목처럼 노 정권과 그 지지자들의 핵심적인 정체성을 ‘아웃사이더 콤플렉스’로 규정했다. 강 교수는 아웃사이더 콤플렉스는 노무현뿐 아니라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남은 현대 한국인들의 콤플렉스이기도 하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이런 한국인의 아웃사이더 기질을 온몸에 농축한 인물인 노무현은 그 덕에 권력 핵심에 도달했지만, 집권 후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고 썼다.
김 교수의 분석도 흡사하다. 김 교수는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콤플렉스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콤플렉스를 극복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게 권좌에 올랐어도 퇴임할 때는 모두 풀이 죽어 있었다”고 기록했다. 특히 노무현의 리더십 유형을 ‘탈권위적 실험실습형’으로 명명한 김 교수는 성장기의 가난으로 비롯된 콤플렉스가 결정적 실패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끝내 콤플렉스 멍에를 떨치지 못한 노무현은 세상을 바꾸려 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바꾸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성공한 대통령은 권좌를 정복한 힘센 자가 아니라 콤플렉스를 이긴 완성된 인격자”라고 정의했다. ‘완성된 인격자’는 자기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을 일컫는다. 유교 가르침인 ‘신독’(愼獨)의 경지와 같다.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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