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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시·외시 나이제한 폐지…고시족 출신 "꿈이여 다시 한번"

입력 : 2008-04-30 09:45:11 수정 : 2008-04-30 09: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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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33)씨는 최근 3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접고 급히 귀국했다. 대학 때 준비했던 외무고시에서 번번이 쓴잔을 들이켜다 응시연령 제한에 걸려 시험을 포기했던 이씨는 당시 짧은 직장 생활 끝에 어렵게 유학길에 올랐다. 이씨에게 희소식이 날아든 건 지난달 중순. 바로 내년부터 외무고시 응시연령 제한이 폐지된다는 소식을 들은 것. 이씨는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공부했던 책을 모두 버렸는데 다시 사야 할 것 같다”며 “연령 제한이 풀리면 경쟁률이 높아지겠지만 기회가 다시 찾아온 만큼 마음을 다잡고 계속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행정·외무고시 등 국가공무원 공개채용의 응시연령 상한제를 폐지키로 하면서 행정·외무고시 연령 자격조건에 밀려 시험을 포기했던 고급공무원 지망생들 사이에 재도전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고시낭인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행안부는 올해 상반기 중 공무원 임용시험령을 개정해 행정·외무고시 등 5급 공채와 7, 9급 국가공무원 공채의 응시 연령 상한제를 폐지하고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응시자격 제한 조항을 삭제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상위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시행령을 바꾸기로 한 것. 현재 공무원 임용시험령에서 행시는 20∼32세, 외시는 20∼29세, 7급은 20∼35세, 9급은 18∼32세로 각각 응시 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행정·외무 고시족은 연령 제한에 걸리기 1∼2년 전에는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게 통상적이다. 생활 형편상 마냥 공부만 하고 있을 수 없는 데다 연령 제한으로 자격 요건이 되지 않으면 시험 자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외시는 다른 시험에 비해 연령 제한이 낮아 자격 미달로 시험을 보지 못한 준비생들이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연령 제한에 걸려 시험을 포기했던 행정·외무 고시족은 기존에 준비했던 노하우를 살려 너도나도 재도전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연령 제한 문턱을 갖 넘긴 30대 초·중반 직장인과 고급인력 사이에 관심이 높은 추세다. 최근 취업난과 경제불안이 가중되면서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수혜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안정된 고급 공무원의 길이 매력적이기 때문.

연령 제한에 걸려 외시를 그만두고 건설회사에 재직 중인 이모(31)씨는 “최소 3∼4년은 체계적으로 공부했기에 투자한 게 아까워서라도 다시 한번 시험을 볼 생각”이라며 “당장 회사를 그만두는 건 부담스러워 주말을 이용해 틈틈이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도전에 나선 행정·외무 고시족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고시학원에 문의전화도 밀려들고 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학원 관계자는 “주로 연령 제한 탓에 시험을 포기했던 예전 학원생들이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와 상담을 한다”며 “행·외시 수험생들의 수요가 늘어나면 반을 추가 편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황선길 본부장은 “경쟁률이 높고 어려운 고시이지만 재도전에 나선 고시족이 늘어나는 건 안정된 일자리를 선호하는 30대 직장인들의 추세”라며 “연령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고령자나 고급인력들의 응시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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