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의 소설에는 가학·피학적 성애와 폭력이 빈번히 등장한다. 피학 성향은 현대인의 무력감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다. 이번 달 초 국내에 번역·출간된 ‘마스크클럽’(이가서·권남희 옮김)도 모험적인 성애를 매개로 젊은 남성의 무기력한 삶을 비판하는 소설이다. 일부 독자들은 작품에 자주 출현하는 적나라한 성 묘사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흥미를 끌기 위해 폭력과 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저도 반대합니다. 하지만, 내적 필연성이 있는 경우는 달라요. 그럴 땐 작가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지요.”
작품 내 도발적인 성애와 극단적 폭력은 기성세대의 윤리관을 거스른다. 국내에서는 원로 문인들이 신진 작가들의 자유분방을 거북해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류는 “일본문단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일본 최고권위 문학상 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인 그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폭넓게 접해 왔다.
“원로 문인과 젊은 작가의 갈등은 일본에도 있어요. 자극적 설정 자체로 작품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좋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전체적입니다. 능숙한 언어 구사력, 묘사의 탁월함, 참신한 구성 같은 요소들 말이죠.” 류는 감명받은 한국 소설로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들었다. 일본인이 접하기 어려운 한국 현대사를 피부에 와닿게 그려냈다는 평가다. 그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태백산맥’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화감독으로서 그는 “한국영화의 레벨은 높다”고 평하며 박찬욱, 곽경택 감독의 작품을 예로 들었다.
류는 몽상가가 아닌 냉철한 현실주의자다. 현실도피를 일삼고, 어려움에 쉽게 굴복하는 인간은 그의 작품 속에서 혐오 대상이다. 류는 자립하지 못하는 청년이 많아지는 세태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현대는 계급사회입니다. 살기 위한 수단으로 직업은 매우 중요해요. 전 자유를 추구하지만, 일은 전혀 해보지도 않고 꿈만 꾸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글·사진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