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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훈(오른쪽 두번째) 선수가 은사 유정호(세번째) 감독과 재회하고 있다. |
유 감독은 귀화를 전제로 초특급 대우를 약속했던 일본 실업팀의 제안을 놓고 망설이고 있던 추성훈에게 ‘태극마크’를 달고 싶지 않느냐며 귀국을 종용한 은사. 1998년 부산시청 유도팀에 입단한 추성훈이 석연찮은 판정패로 번번이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하자 유 감독은 “무조건 한판으로 이겨라”고 투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한판승’ 퍼레이드를 펼쳤던 추성훈에게 고국은 끝내 ‘태극마크’를 허락하지 않았고, 그는 유 감독과 고국을 뒤로한 채 귀화해 일본 유도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조국을 메쳤던’ 추성훈은 당시 마주쳤던 유 감독에게 “죄송한 마음에 한마디도 건넬 수 없었다”고 한다.
약 6년 만에 옛 제자를 만난 유 감독은 추성훈의 부산시청 활동 당시에 대해 “자기 관리가 뛰어난 선수로 훈련 시간 이외에도 혼자 남아 운동하는 등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됐다”면서 “추 선수의 팀 분위기 쇄신으로 부산시청은 전국체전에서 우승까지 거머쥐었다”고 술회했다. 추성훈은 “유 감독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서툴던 내게 한국어와 애국가를 몸소 가르친 분”이라고 고마워했다.
특히 유 감독이 “추 선수는 합숙소 공동 냉장고에 넣어둔 자기 음식이나 과일이 없어지는 것에 상당히 거부감이 있었다”고 회고하자, 추 선수는 “나중에는 내가 몰래 다른 선수 것을 빼먹었다”고 화답해 방청석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추성훈은 이날 유 감독에게 2006년 K-1 히어로즈 라이트헤비급에서 우승할 당시 만든 기념 와인을 선물했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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