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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전설 미셸 세르 지음/이규현 옮김/그린비/5만원 |
프랑스 철학자 미셸 세르는 소통이 단절된 시대를 극복하는 관계의 철학을 담은 ‘천사들의 전설’에서 왜 우리가 천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천사(angel)라는 말이 메신저를 뜻하는 그리스어 앙겔로스(angelos)에서 유래한 데서 보듯 세계는 각종 관계를 맺어주는 천사들의 무수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대의 학문은 나누기에만 급급해 서로 연결돼 있는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전체로서 볼 줄 몰랐다는 것이다.
에어 프랑스의 기내 보안담당자인 팡토르와 공항 의료센터 의사인 피아. 이들 남녀 주인공의 대화를 통해 지은이는 분과와 경계를 넘는 통합과 소통의 윤리를 강조하고 있다. 소설형식이지만 철학서이며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설명하는 백과사전이기도 하다.
고전 명화부터 샤를 드골 공항, 바티칸 궁의 미술관, 페루의 마추픽추유적, 끓어 넘치는 용암, 거리의 노숙자까지 다양한 사진자료들이 훌륭한 배경화면이 되고 있다.
프랑스 인식론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지은이 미셸 세르는 수학자로서 출발해 라이프니츠 연구, 인식론 연구를 통해 바슐라르를 잇는 인물.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통합을 모색하는 그는 데카르트, 베르그송, 구조주의로 이어져 온 프랑스 백과전서적 학풍을 이어받고 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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