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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월드] 천재예술가 100인의 알려지지 않은 '결함'

입력 : 2008-03-07 22:21:03 수정 : 2008-03-07 22: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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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은 미쳤다/안게리카 오버라트외 지음/강혜경 옮김/수다/9800원

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것을 충분히 발휘케 하는 것이 어른들과 교육자들의 몫이 아닌가. 혹 어느 학생이 남이 안 하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면 무조건 나무라지 말고 잘 관찰해 보시라. 어느 젊은 예술가가 실성한 사람처럼 어디에 심취해 있다면 흉보지 말고 눈여겨보시라. 과거 500년 유럽문화사를 빛낸 거장들이 미안하지만 편집증, 미신, 욕망 중독, 수집벽 등 괴이한 인격의 소유자들이었다.
안게리카 오버라트외 지음/강혜경 옮김/수다/9800원


‘천재들은 미쳤다’는 다빈치, 체호프, 비발디, 마르크스, 채플린, 뭉크, 존 레넌 등 천재 예술가·종교인 등 100인의 미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신비스런 비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폭로된 비밀 중에는 지나칠 정도로 혐오스럽거나 끔찍할 만큼 것들이 많다. 천재 예술가들의 ‘결함’을 까발리는 것이 아름답지 못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완벽하게 우러러 보았던 그들에게도 ‘옥에 티’ 같은 인간적 부분이 있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만하다. 더 나아가 우리 주변에서 천재 예술가를 발견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지 누가 알겠는가.

책은 예술가 100인의 천재성을 수수께끼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특정 인물의 기이한 행각을 소개하고,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것이다. 답(이름)은 이야기 말미에 작은 글씨로 거꾸로 적혀 있다.

한 예술가는 상상을 초월한 미식가였다. 그는 거구이기도 했지만, 식사 때는 항상 2인분의 수탉 요리를 해치웠고, 심지어 손님을 초청해 와인을 주고는 자신은 ‘갑자기 악상이 떠올랐다’며 식탁을 빠져나와 혼자 서재에서 더 좋은 와인을 홀짝홀짝 마셨다. (기분 나쁜) 이 사람이 누굴일까요? 이런 식이다.

구더기나 작은 벌레를 수집했던 어느 독일 화가도 있다.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던 이 사람은 벌레가 기어 나오는 죽은 생쥐를 집에 가져왔고, 구더기가 우글대는 썩은 치즈도 모았다.

누군지 알아맞혀 보시라. 네덜란드 화가 고흐가 “2주 동안 말라비틀어진 빵만 먹더라도 이 그림(‘유대인 신부’)을 바라 볼 수 있다면 내 인생의 10년을 내줘도 아깝지 않다”고 했을 정도로 호평했던 한 화가는 지독한 신용불량자였다. 미술품 경매를 잘못한 후유증으로 딸의 예금을 손댔고, 아내의 무덤까지 팔아넘겼다.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놀랄 것이다.

이뿐인가. 한 위대한 종교지도자는 만만찮은 욕쟁이였다. 세계적인 종교지도자들 가운데 욕을 잘하는 사람이 한 둘은 아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던 예수도 바리새인 기득권 제사장들에게 “독사의 새끼들”이라며 심한 말을 하지 않았던가. 아무튼 이 종교인은 수 틀리면 “똥 같은 시인들” “귀족의 딸랑이” “창녀의 포주”라며 온갖 독설을 일삼았다. 그가 종교개혁을 이뤄냈을 줄이야.

한 대문호의 손자사랑은 도를 넘었다. 손자들을 그냥 예뻐한 것이 아니라 항상 끼고 살았다. 손자들에 술을 권하고는 술이 취해 우스꽝스런 행동을 하면 혼자 까르르 웃었다. 그가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다니, 어디 단편적인 행동 하나만으로 한 사람의 재능을 ‘있다 없다’ 재단할 수 있겠는가.

처음에는 목차도 없어 어리둥절하지만, 책 맨 뒤에 주인공이 다시 소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목차 역할을 한다. 거장들의 천재성을 되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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