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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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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2-13 13:51:06 수정 : 2008-02-13 13: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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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런던, 핏발 선 눈빛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고향으로 돌아오는 스위니 토드(조니 뎁).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에게는 무서운 것도 두려운 대상도 없는 법. 아무 죄 없이 10여년을 옥살이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은 그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삶의 목적은 ‘복수’가 될 수밖에 없다. 토드는 이 모든 불행을 만든 장본인인 터핀 판사(알란 릭맨)를 살해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러빗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으로부터 아내가 파티장이라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겁탈 당했다는 말을 듣고 복수의 대상이 수정된다. 아내가 당할 때 제지 못하고 방관한 사람들도 공범이 된 것이다.

너무도 변해버린 그의 모습을 아무도 몰라보는 상황에서, 이발소로 찾아온 손님들을 거침없이 살해하는 토드. 휘두르는 면도칼로 손님의 목에 피가 넘쳐나지만, 토드에게는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다. 마땅히 죽어야 할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터핀이 그의 이발소로 들어온다. (중략)

 

실제로 일어난 잔인한 사건들을 엮어 만든 픽션 대작 <스위니 토드>. 하지만 영화보다 훨씬 참혹한 장면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현실세계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19세기경 런던에서 160명 살인사건의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여 쓴 토마스 패컷 프래스트의 소설 <진주목걸이: 로맨스>이다. 그러나 소설보다는 실제로 그 시대 런던에서 일어난 희대의 연쇄살인범 ‘잭 더 리퍼’를 소재로 한 <프롬 헬>(From Hell, 2001)이 이 영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참혹한 살해 수법만 놓고 본다면, 아마도  ‘잭 더 리퍼’가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 1991)의 렉터 박사를 능가하는 것 같다. 더욱이 범인이 잡히지 않아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았다는 점에서, 이 살인사건은 계속해서 공포와 스릴러 소재로 사용될 것이다.

<스위니 토드>는 주인공의 개인적인 복수에 맞추어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당시 영국이 처해있던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함축하고 있다. 토드의 활동 공간은 빅토리아여왕시대에 해당되는 바, 이 시기 영국은 비약적 발전으로 유럽 최정상의 위치에 올라섰다. 그러나 태어난 지 1년이 안된 영아의 사망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각한 곳이 당시 런던의 상황이었다. 토드의 아내를 유린하고 그 딸마저 자신의 성욕의 대상으로 삼으려 했던 터핀 판사는 어느 굶주린 소년에게 교수형을 판결한다. 영화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모순의 현장을 비추고 있다.

그럼 이 영화에서 유혈이 낭자한 채 사람들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 고기 파이의 재료로 쓰는 장면에서도 필자가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영화를 하도 많이 봐서 왠만한 고어 장르에는 면역력이 생긴 걸까. 그렇지 않으면 보도자료 홍보 문구처럼 뮤지컬 형식의 매끄러운 극 전개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일까. 아마도 그 해답은 팀 버튼과 조니 뎁의 만남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이 영화를 제작한다는 소식 하나로 할리우드 주변에서는 이미 흥행의 전조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위니 토드>가 이번 골든글로브 뮤지컬 부분에서 남우주연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그 예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리라.

/ 연동원 역사영화평론가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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