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MD운하 조차 바벨탑이후 가장 무식한 사업으로 지탄"
한동안 잠잠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논란이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 의 공개적인 반대 토론회 개최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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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모임'이 주최한 공개토론회가 열띤 호응속에 열렸다. |
31일 서울대 법대 100주년 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운하 건설 반대 공개토론회는 기존 찬반 양측의 패널 토론회가 아닌 반대 의견 측 인사들만이 자리해 한반도 대운하 폐해에 대해 조목 조목 반론을 펼쳤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예상외의 인파가 몰려 대운하데 대한 뜨거운 관심을 알 수 있게 했다. 특히 준비한 자료집을 다시 복사하는 등의 해프닝이 벌어질 만큼 토론회는 끝날 때까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열기를 보였다.
총 4개(경제, 토목, 환경, 문화) 부분으로 나눠 진행된 이날 공개토론회에서 가장 주목됐던 부분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의 거침없는 일침이었다.
"우리 국토 이 당선자 것 아니다…선량한 국민 부동산 투기꾼으로 전락"
김 교수는 “우리 국토는 이명박 당선자의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의 대운하 프로젝트는 영혼을 상실한 전문가들이 밀실 작업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교수는 “만약 대운하가 건설되면 후대에 두고 두고 재앙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운하건설로 인해 선량한 국민들을 부동산 투기꾼으로 만들고 일자리 창출 역시 건설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사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찬성자 측이 운하의 수질은 배가 다니면 스쿠류를 통해 공급되는 산소로 물이 맑아진다고 하는데, 독일에 가 봤더니 흙탕물만 생기더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운하의 나라인 독일의 MD운하 조차 바벨탑 이후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으로 지탄 받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수자원 관리가 무척 어려운 나라이며, 라인강보다 한강이 수해를 입을 확률은 22배가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운하 찬성 측은 초록색이 많이 넣은 그림을 두드러지게 홍보하며, 국민들을 혹세무민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홍 교수는 “운하 총 560km의 수로에 콘크리트 옹벽을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홍보자료에는 자연 친화적인 것처럼 해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6km 남짓의 청계천 복원 시에도 문화재 보존을 무시한 채 밀어붙인 이 당선자가 과연 500km가 넘는 운하건설에서 수많은 문화재를 얼마나 보존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건설사 입장 아닌 화주 및 물류사용자 입장에서 검토 추진해야"
한편 홍종호 한양대 금융학부 교수는 “대운하 건설에서 유지 관리비, 운영비 등을 제외한 것은 경제개념이 전혀 없음을 그대로 반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교수는“물류 관점으로도 시간과 운임의 경쟁력이 전혀 없어 대형 물류 CEO들이 직접 연락을 해 온다며, 이번 운하 건설은 건설 측 입장에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운하 사용자인 화주들이나 물류기업들의 입장에서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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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의 한 시민은 대운하 발표 이후 주민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 부동산 광풍이 불어 대운하만이 우리 마을이 살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
이번 대운하 건설 반대 공개 토론회를 주관한 서울대 교수들을 대표해 입장을 밝힌 최영찬 서울대 농생대 교수는 “이번 반대 토론회는 정치색이 전혀 없는 순수한 마음에서 모임을 만들었다”며, “급작스럽게 자리를 만들었지만, 3일만에 80여명의 교수님들이 지지를 선언했고, 그 밖의 교수님들 역시 향후 적극적 반대 의사를 표명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자리한 서울대 학생은 “토론회를 경청해 보니 가슴이 참 답답하다”며, “전문가들의 지적들을 통해 대운하의 실체를 본 후 참담한 심정이 든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토론회 분위기는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해 이제까지 몇몇 환경론자나 전문가들의 반대를 넘어서 전체 지식인의 산실인 서울대 교수들의 반대 모임으로 이어지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당선자가 역주행은 논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역설했지만, 대 운하의 경우 국가 대계를 위한 반대인 만큼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 토목, 환경 등 각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한 만큼 이번 사안은 향후 더욱 치열한 논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손정우 기자 jws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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