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 때부터 발전되어 온 발레는 그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약속과 의미를 지닌 춤이다. 발레 의상과 신발도 각각 튀튀와 토슈즈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사도라 던컨은 발레의 이러한 특징을 구속과 통제로 여겼다. 던컨은 발레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몸을 인위적으로 뒤틀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비자연스러운 춤이라며 혹평까지 했다.
대신에 이사도라 던컨은 춤의 근원을 자연에서, 즉 인력과 척력의 힘이 작용하는 자연의 파장에서 찾았다. 그래서 물결모양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나 구름 등에서 춤사위의 원형을 찾았고 이러한 자연의 움직임에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로적인 것이 함께 담겨 있다고 보았다.
던컨은 이러한 자연의 모습이 가장 많이 보존된 예술로 고대 그리스 비극의 합창대를 꼽았다. 하지만 합창대는 로마 시대 이후로는 연극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요소였다. 던컨은 이러한 잃어버린 합창대의 기능을 춤으로 되찾고자 했다. 결국 던컨은 자연의 섭리에 가장 가까우면서 비극의 본질인 정화의 기능과 순수함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무용을 추구했다. 그것이 거의 나체에 가까운 고대 그리스 의상을 입고 맨발로 바람결에 흘러가는 듯한 모습으로 고대의 신들을 찬미하는 님프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물론 관객들은 여전히 발레를 아끼고 사랑한다. 또 예술이란 자연의 섭리에서 출발했다 해도 그 발전 과정 속에서 인위적인 융합이나 변형 혹은 변용이 가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도라 던컨은 무용에 음악이나 미술, 연극 등의 다른 예술처럼 미학적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위대하다. 즉 이사도라 던컨 덕분에 무용은 어찌보면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당당하게 예술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과연 우리 스스로 예술을 감상하면서 던컨처럼 예술의 근원적인 목적과 의미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는 사색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현대인은 재미와 오락을 위해 너무 자극적이거나 감각적인 것만을 추구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은 지금까지 잘 공존해 왔지만 국내문화계는 점차 대중예술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우리는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임경식 서경대학교 예술대학장·연출가·극단 숲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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