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의 정글지역에 사는 ‘목이 긴’ 여성을 대하는 관광객의 반응은 한결같다. 어릴 때부터 쇠로 만든 링을 착용해 목이 길어진 카얀 여성들(사진)은 동물원에 갇힌 희귀동물 신세다. 하루종일 관광객의 구경거리가 되고 이들이 주는 돈 몇푼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거주지도 마음대로 벗어날 수 없다.
영국 BBC방송은 30일 태국에 망명한 미얀마 카얀 마을 출신 여성들이 사실상 ‘인간 동물원’에서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얀 여성이 ‘동물원 원숭이’로 전락한 것은 십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얀마 군부의 폭정에 못 이긴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탈출할 때 미얀마 동부 카얀 마을 주민 500여명도 동참했다.
태국 정부는 처음에는 난민 캠프까지 지어주며 이들을 받아들였지만, 목이 긴 여성들을 별도 수용시설에 격리시키며 점차 잇속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들이 사는 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관광명소로 탈바꿈했고 수입도 짭짤해졌기 때문이다.
2005년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이들의 비인간적인 처우를 고발하고 나섰다. UNHCR는 태국 정글의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미얀마 주민을 난민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제3국에서 정착할 길을 열어줬다. 이에 따라 약 2만명의 미얀마 난민이 새 삶을 찾게 됐지만 카얀 여성들만 대상에서 제외됐다. 태국 정부가 관광자원인 이들의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태국 정부 관계자는 “카얀 여성들은 난민캠프 외 거주자이므로 규정에 따라 난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20여명의 캬얀 주민이 난민신청을 했지만 모두 거부됐다.
카얀 주민들은 “우리를 난민캠프 밖으로 몰아낸 게 누군데 이제 와서 규정 타령이냐”며 항의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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