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괴담 등 스타인격침해

연예계의 루머가 다시한번 사나운 발톱을 드러냈다.
최신판은 김혜수, 김선아 등 소문에 연루된 톱여배우들이 당당히 고개를 들어 ‘관계 없음, 어이상실’을 적시함에 따라 공개적인 광장에 ‘핫이슈’로 튀어오른 ‘나훈아 괴담’이다.
중견가수 나훈아가 콘서트를 취소한 뒤 행방 묘연의 상태에 들어가면서 불거진 ‘설’은 1년여동안 잠복기를 거치며 ‘파란만장 엽기루머’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처음에는 은퇴설, 중병설 등 안타까움을 동반한 어느 톱가수의 신상문제로 이슈화됐지만, 갈수록 일본의 폭력조직 개입설, 신체위해설 등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하드고어’스토리로 증식돼 세간을 떠돌았다.
그리고 그 루머의 가장 자극적인 대목을 장식해온 여배우들이 항변의 ‘커밍아웃’을 단행하며 현재 ‘해소과 증폭’의 갈림길에 서있다.
나훈아의 사례는 연예계 루머의 속성을 다시한번 증명했다. 일회성 소비의 특성이 강한 가십과 달리 루머는 ‘불로장생’의 생명력과 ‘아메바’의 번신력을 자랑한다.
연예계 루머사(史)를 장식하고 있는 ‘트로트가수 주현미의 에이즈 감염설’이나 ‘모델 출신 연기자 변정수 사망설’의 경우 루머의 주인공들이 건강한 모습을 증명해 황당한 해프닝으로 사라졌지만, 많은 루머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아니다라고 밝히고, 공권력을 동원해 소문의 유포자들을 응징하겠다는 강수까지 동원해도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스타의 루머를 안주로 삼아 ‘그거, 진짜래요?’라는 부질없는 물음표를 주고 받는다.
나훈아 괴담도 주인공인 나훈아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나서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괴담의 허위를 주장하더라도, 나중에 또 언제 ‘근데, 근데, 그 소문은 정말이었던 것 아니야?’하며 집요함을 자랑할 가능성도 있다.
루머의 진원지는 무심코 던진 어느 한사람의 농담일 수 있고, 라이벌의 모함일 수도 있다. 또, 그것은 증권가의 정보지, 인터넷, 이니셜기사 등 무차별적인 소통의 창구로 유포돼왔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루머는 늘 최고의 지명도를 자랑하는 동시대 스타가 주인공으로 나서왔고, 북한, 재벌, 섹시스타, 여성의 순결성 등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이슈나 가치와 절묘하게 결합해 드라마틱 스토리구조를 지녀왔다.
이렇듯 탄생, 유통, 내용 등이 허술하고 뻔한 게 루머인데도 세상은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의 미스터리 기법을 가미해 자꾸 뒷담화의 오락거리로 향유하려 한다.
이는 신과 인간의 중간영역에 존재하는 스타에 대한 선망과 경멸의 모순된 심리가 작용한 필연적인 결과일 수도 있다. 때문에 루머는 연예계와 스타가 존재하는 한, 보통사람들의 배설 심리, 카타르시스 등 인지 상정을 관통하는 필요악으로 계속 새로운 버전을 추가해 레퍼토리를 다양화할 지 모른다.
그러나 많은 스타들을 할퀴어왔고, 한숨 짓게 만든 루머의 발톱이 갈수록 치명적인 독성을 띠고 있다는 점은 ‘그러려니’하고 방치할 문제만은 아니다. CF를 계약하면서 ‘해당 루머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손해배상을 감수한다’는 서약까지 했다는 어느 여배우의 사례는 약과에 해당한다. 인터넷 등에 마구잡이로 나도는 호기심의 글은 해당 스타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평생의 짐이나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다.
현재 연예계의 루머는 시시덕거리며 수군대고 말기에는 너무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를 상실한 채 가속도를 내고 있다.
스포츠월드 조재원 기자 otaku@sportsworldi.com
[관련기사][SW뉴스②]연예계 대표적인 악성 루머
[관련기사][SW뉴스③]스타들의 루머 대처, 정면승부가 대세
[관련기사][SW뉴스④]루머 달고 다니는 스타 VS 루머 전혀 없는 스타
<스포츠월드>스포츠월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