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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서]마쓰이 준이치의 ‘도요타 간판방식’

입력 : 2008-01-11 20:20:07 수정 : 2008-01-11 2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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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업무추구 도요타식 5가지 DNA
기업상황에 맞게 적용하면 낭비 사라져
LG전자의 옛 이름인 금성사 김해 공장에서 모터사업부장으로 일하던 1980년 어느 날이었다. 생산공정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당시 미국의 GM자동차에서는 철판이 자동차 완성품으로 나오기까지 3일이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반면 한국의 금성사 냉장고는 공장에 철판이 입고돼 냉장고로 완성될 때까지 3개월이 걸렸다.

‘가전제품과 자동차로 품목은 달랐지만 철판을 원재료로 쓰는 제조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던 GM과 금성의 공정이 도대체 뭐가 다르기에 제조시간이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날까’라는 의문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때 우연히 접한 ‘도요타 간판방식’이라는 일본 원서가 훗날 LG 계열사 사장으로 이끌고, 오클린이라는 바이오방식 음식물처리기업체를 창립하는 원동력이 됐다.

기업진단사이면서 시스템분석 전문가 마쓰이 준이치가 쓴 ‘도요타 간판방식’(삼양미디어)은 일반적인 제조업체와 차별성을 보이는 도요타의 생산방식을 각각 다른 사무, 개발, 서비스 업무 현장에 적용한 책이다. 책의 제목이자 도요타의 생산방식인 ‘간판방식’은 각각의 업무를 눈에 보이게 하는 간판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무현장, 생산현장에서의 모든 업무를 ‘보이는 현상’으로 바꿔 낭비 없는 효율적 업무방식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책은 도요타식 가치관이 일반 기업에 비해 재고에 대한 기본 접근방법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결품(특정 상품이 떨어진 상태)을 없애기 위해 다량의 재고를 쌓아두려고 하지만, 도요타는 ‘재고가 있으므로 결품이 생긴다’는 완전한 역발상으로 5가지 키워드를 적용하면 분명히 기업이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도요타식 5가지 키워드는 ▲사람과 고객을 중시하는 ‘이념의 DNA’ ▲행동의 원칙인 ‘행동의 DNA’ ▲사물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관점의 DNA’ ▲개선 실행력을 보여주는 ‘개선의 DNA’ ▲눈에 보이는 관리를 하는 ‘관리의 DNA’다.

이 책을 처음 접한 80년에는 국내에 번역되지 않아 원서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용은 한국의 생산현장에 당장 도입할 만한 것이었다. 우선 일본식 ‘간판’이라는 용어가 싫어 ‘동기화’라는 캐치프레이즈로 82년 창원공장 전기사업부장으로 가면서 당장 실천에 옮겼다.

금성사의 동기화 방식은 철저히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을 적용,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재고 제로’에 도전했다. 동기화를 실천하기 위해 우선 공정시간의 정체를 줄이는 차원에서 전 설비를 재배치했다. 본사에는 부품창고를 없애고 재고는 모두 부품업체가 보유토록 했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우리의 생산현장이 도요타 간판방식에 바로 적응하지는 못했다. 현장 곳곳에서 라인이 멈췄고, 부품업체와 영업부 모두 불만을 쏟아냈다. 결국 본사에서 “의도는 좋으나 아직 우리 현실에 시기상조이니 이전 방식으로 되돌아가자”고 권했다.

1차 도전은 실패했으나 금성사의 동기화 방식은 LG전자로 이름을 바꾸면서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이후 LG계열사들의 사장을 역임하면서도 원칙은 마찬가지로 지켰다. 이후 90년대 접어들어 LG전자 공장에는 철판이 입고되고 2시간 만에 냉장고가 출하됐고, 불량률은 0.00015%까지 떨어졌다. 97년 바이오방식 음식물처리기업체 오클린을 설립해서도 동기화 방식의 원칙은 계속 지키고 있다. 중소기업인 오클린 설립 7년 만에 3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원동력이 됐다.

누구든지 몸에 배어 있는 가치관을 떨쳐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흉내를 낸다고 해서 도요타 문화가 다른 기업에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도요타 방식의 원칙은 어떤 기업에도 도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기초가 도요타식 5가지 DNA이고, 이를 한국의 개별 기업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 제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1962년 금성사에 입사해 오클린을 설립할 때까지 35년간 LG라는 조직에서 몸담았고, 대표이사 명함을 들고 다닌 지도 20년이 됐지만 CEO로서 신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 바로 ‘도요타 간판방식’이다.

오클린 김회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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