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스키폐인 '헝그리보더', 눈과 보드만 있으면 배고파도 질주한다.

입력 : 2008-01-07 10:50:38 수정 : 2008-01-07 10:50:38

인쇄 메일 url 공유 - +

스키장 주변 시즌방 마련 겨울 나기
돈은 없지만 보드나 스키를 타고 싶은 마음 하나는 절절한 젊은이들을 통칭 헝그리보더라 부른다. 사진은 관련기사와 무관함.
[SW뉴스①]겨울 내내 스키장에서 살고 싶어하는 이들을 고상하게 ‘헝그리보더’라고 부른다.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을 종합하면 ‘돈은 없지만 보드나 스키를 타고 싶은 마음만큼은 절절한 젊은이들’을 헝그리보더라고 한다.

헝그리보더가 등장한 것은 10여년 전.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스키 열풍이 불 때다. 휘닉스파크와 현대성우리조트 등 스키장이 속속 생겨나면서 스키가 겨울 레포츠로 자리잡던 그때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당시에 리조트에 잠자면서 스키를 탄다는 것은 부르주아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그러자 스키하우스 벤치나 콘도 로비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끼니는 컵라면으로 때우며 보드를 타는 이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이들이 헝그리보더의 원조다.

헝그리보더는 돈만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이전의 스키어들과 판이하게 다른 스타일로 슬로프를 누벼 스키어와 스키장으로부터 원망을 사기 일쑤였다. 
'헝그리보더의 놀이터'인 터레인파크에서 기물을 타는 보더.
이처럼 헝그리보더는 빈곤(?)과 핍박(?) 속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0년 세월이 흐른 지금 그들은 ‘열나 재밌게 보드를 타는 젊은이들’로 인식되고 있다. 지금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누비며 스키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론, 헝그리보더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들은 지금도 생수 한 병까지 할인점에서 사간다. 또 일찍 귀가하는 스키어에게 리프트권을 구걸하거나 시즌방에 뒹굴며 시즌권을 돌려쓰기도 한다. 급하면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스키 하우스 벤치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왜? 돈이 없으니까. 그래도 보드는 타고 싶으니까.

그러니 스키장 쪽에서 이들을 반갑게만 볼 리 없다. 스키장 관계자가 보기에 이들은 하고많은 날 스키장에서 죽 때리는 것 같은데 돈은 한푼도 쓰지 않는다. 또 그 잘난 실력을 마음껏 과시하며 슬로프를 휘저어 다른 고객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니 눈엣가시 같은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눈치로 몸을 사릴 친구들이 아니다. 이들이 빈대처럼 스키장에 빌붙어 사는 이유는 명료하다. 보드를 타고 싶은 마음이다. 설원을 마음껏 질주하며 젊음을 뽐내고 싶은 본능 때문이다. 이 본능을 채울 수 있다면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고난쯤은 너끈히 이겨낼 수 있다고 여긴다. 
헝그리보더는 보드와 의류 등이 제각각일 만큼 개성을 추구한다.
이들의 이러한 마음가짐은 헝그리보더 홈페이지의 ‘헝그리보더의 자세’ 편에 잘 나와 있다. “…비록 빈대를 붙거나 목숨 걸고 노숙을 할지언정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어떠한 심한 말을 들어도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도록 정신수양을 해야 한다….”

그렇다. 헝그리보더에게 보딩은 수양 그 자체다. 시즌방은 스님들이 동안거에 들어가는 토굴이고, 보드는 잡념에 빠지지 않고 일로 매진하라고 준엄하게 꾸짖는 죽비다. 또 스키어들에게 얻는 리프트권과 강습을 핑계로 얻어먹는 한끼의 식사는 스님들의 탁발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겨울 내내 스키장에 살 수 있으면 된다. 그것이 진정한 보더가 되는 득도의 길이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스포츠월드 김산환 기자 isan@sportsworldi.co.kr

[SW뉴스②]스키폐인 '헝그리보더'가 말하는 필수품

[SW뉴스③]진정한 스키폐인 '데몬스트레이터', 스키어들의 로망 

[SW뉴스④]스키 마니아는 '노는 슬로프가 다르다'

[SW뉴스⑤]마니아들이 말해주는 스키복과 장비

<스포츠월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상큼 발랄'
  • 박보영 '상큼 발랄'
  • 고윤정 '매력적인 미모'
  • 베이비돈크라이 이현 '인형 미모'
  • 올데이 프로젝트 애니 '눈부신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