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왜 사랑에 빠지면 착해지는가-사랑과 배려, 욕망의 기원과 진화’(토르 뇌레트라네르스 지음, 박종윤 옮김, 웅진지식하우스)와 ‘오르가슴-12초 희열이 세계를 바꾼다’(롤프 데겐 지음, 최상안 옮김, 한길사)와 ‘연애잔혹사-우리시대 남녀 짝짓기 프로젝트’(고윤희 지음, M&M).
‘왜 사랑에 빠지면…’은 다윈의 성선택론(Sexual selection)적 관점에서 인간의 이타성과 욕망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사랑과 연애, 섹스에 관한 보고서다. 지은이는 배려와 협동, 친절, 관대함에 주목해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통념을 깨며,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명제가 틀렸음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즉,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이성에게 ‘그럴듯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 짝과 짝짓기에 대한 욕망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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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브론치노의 ‘비너스, 큐피드, 어리석음, 시간’. 어느 시대에나 사람들은 성욕을 자극하고, 흥분을 부채질하며, 오르가슴을 강화시키는 사랑의 묘약을 찾아 헤맸지만, 이 약은 지금까지 순수한 소망으로 남아 있다. |
‘오르가슴…’은 제목 그대로 인간 성욕이 추구하는 최고의 정점이자 인간이 누리는 감각적 희열의 완성인 오르가슴을 정면으로 다룬 금기타파서이다. 책은 과연 오르가슴의 정체가 뭐기에 ‘소중한 인간관계를 해치고 탄탄하던 인연을 끊어버리고, 때로는 생명이나 건강을, 때로는 재산과 지위와 행복을 제물로 요구하는지’, 그리고 ‘모두가 간절히 원하면서 거북해 하고 감추려 드는지’를 파고든다. 지은이는 진화생물학·뇌과학·동물학·인류학·심리학 등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종합해 ‘동물의 본능이자 문화를 만드는 원동력’인 오르가슴에 대해 ‘육욕에 대해 어떠한 기술적 ‘해법’이 개발되든 상관없이, 결국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만나서, 접촉하고, 친밀해져서, 온몸에 땀을 흘리며 한 몸이 되고자 하는 그 욕구가 항상 우위를 차지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연애·사랑·섹스·결혼의 사각지대에서 헤매는 싱글 1000명을 인터뷰하고, 우리 시대의 사랑관이 가장 첨예하게 담겨 있는 멜로 영화에서 키워드를 추출한 ‘연애잔혹사…’는 동거, 섹스, 낙태, 피임, 성형, 내숭, 색끼, 쿨, 원나잇 스탠드, 바람, 자위법 남녀 유형분석, 결혼과 성거래, 유부녀의 바람, 각종 애신드롬부터 가부장제와 1부1처제의 허점, 마초 본능, 속물 vs 순수 등 사랑과 관련된 거의 모든 문제를 거론한다. 국내 유일 최초 최고의 남녀 짝짓기 프로젝트를 표방한 지은이는 “예쁜 척하지 말고 저지르라. 사랑을, 그리고 연애를. 머리로 말고 몸과 마음을 다해서 말이다” 하고 들이댄다.
‘Bon Appetit! 남자요리법’(조윤주 지음, 이가서), ‘남편수업’(김옥림 지음, 함께북스), ‘THE MAN-네 안의 진정한 남자를 깨워라’(데이비드 데이다 지음, 서정태 옮김, 미래의창), ‘여자들은 모르지’(미레아 무어·조디 굴드 지음, 나선숙 옮김, 크림슨)는 모두 남자를 통해 사랑과 성에 접근한다.
‘남자요리법…’은 달콤함을 마음으로 먹는다는 여자의 입장에서 남자를 자기 입맛대로 바꾸는 방법을 소개한 발칙한 책이다. 요리에도 신선한 재료가 음식 맛을 결정짓듯이 남자를 고를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격’이라며, 재료만 괜찮다면 그 남자가 어떤 유형의 맛을 내는 사람이든 적절히 간을 맞춰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고 단정한다.
‘남편수업’은 평생직장이자 안식처인 가정에서 홈CEO인 아내에게 사랑받는 남편을 위한 애정표현과 잠자리 등 부부관계의 모든 노하우를 담았다. ‘남편의 사랑이 크면 아내의 소망이 작다’는 저자의 금언이 가슴에 와 닿는다.
‘THE MAN…’은 세상과 여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남자만의 기술을 담았다. “허울뿐인 ‘마초맨’에서, 갑갑한 ‘소심맨’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하는 지은이는 남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인 일과 가족, 여자, 사랑, 정신을 적나라하게 다루면서 누구에게나 있는 내면의 진정한 남자를 찾으라고 권고한다.
‘여자들은 모르지’는 개정 전 원제목처럼 ‘남자가 절대 말해주지 않는 것들’을 하나하나 공개하며 아주 잘 맞는 짝을 찾아주고자 한다. 지은이는 ‘남자와 여자는 각기 다른 날에 열광한다’ ‘사랑과 정욕의 차이’ 등을 통해 “남자들은 섹스를 위해 뭐든지 한다. 직장과 가족을 잃을 수 있는 모험까지 감수한다. 반면에 여자는 사랑을 위해선 뭐든지 한다. 친구와 가족을 잃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콕 집어낸다.
‘딩동, 사랑이 도착했습니다’(권태일 지음, 샘터)는 겨울 들판처럼 황량한 마음에 내리는 첫눈 같은 아름다운 사연을 담고 있다. 평범한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구걸하는 모녀를 발견하곤 목사로 거듭 태어난 지은이가 매일 아침 200만명에게 보내는 ‘사랑밭 새벽편지’(www.m-letter.or.kr)에 실린 글을 보듬어 엮었다. “사랑은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하다”는 지은이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사랑 배달을 다 못해) 나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고 말한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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