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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훈 연세우노비뇨기과 원장 |
“에로비디오를 보고 자위할 때는 제시간에 사정을 하는데 실제로는 한 시간은 끄는 것 같아요. 이게 진짜 정력남이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어깨에 힘 좀 줬는데 웬걸요? 요즘엔 아내도 힘들어하고 저 자신도 괴롭고 고통스럽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내원한 40대 후반의 노모씨는 실제 성행위보다 자극적인 비디오에서 더 많은 쾌락을 느낀다고 한다. 오히려 아내와의 잠자리는 단조롭고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다는 것.
하루에 몇 번이나 자위를 하냐는 물음에 노씨는 “많지는 않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엔 생각나면 하게 된다”고 답했다. 30년 된 습관인 자위를 하루아침에 헌신짝 버리듯 할 수는 없었을 터,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그러나 1일 1회 이상의 자위는 지루를 초래할 수 있다.
지루는 자위 외에도 술, 약물, 당뇨 등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정에 대한 두려움, 불안감, 성적 매력 부재, 부인에 대한 적개심, 죄책감 등에서 비롯된다. 보통 지루인 걸 알게 된 후에는 ‘이러다 영영 사정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에 그 증세가 더 악화하기도 한다.
일생 동안 사정 경험이 한 번도 없거나 자기 아내와는 사정이 안 되는데 다른 여성과는 가능한 경우, 아무리 애써도 되지 않던 사정이 자위행위로 가능한 경우, 사정을 해도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등 지루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긴 시간 동안 성 관계를 갖는 것은 정신이나 신체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여성에게 오랜 성관계는 외음부 건조증, 질벽 상처로 인한 성교통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남성 역시 성관계가 무미건조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발기부전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루는 조루보다도 치료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심리적인 상담 외엔 마땅한 수술법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일단 한동안 성관계를 피하고 성감이 회복될 때까지 다른 일에 몰두해 볼 것을 권했다. 노씨의 경우, 다행히 등산이라는 좋은 취미생활이 있었고 2∼3개월의 시간을 다른 생각할 틈 없이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사정에 대한 강박관념은 절대 갖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후에 잠자리를 갖게 되면 피부 촉감, 호흡, 대화 등 다양한 성적 자극에 집중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그는 간간이 소식을 보내온다. 100% 치유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양반’이라는 것이다. 아내 역시 단 한 번의 짜릿한 쾌감을 그에게 선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지루는 조루보다 행복할까? 대답은 당연히 ‘노(NO)’이다. 특히 지루로 인해 파트너와의 성적인 갈등을 빚기 시작하면 전문의를 찾아 도움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지루 치료의 선행은 마인드컨트롤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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