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없는 범인 가족까지 연좌 불이익 당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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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준 한양대· 교수정보공개위원회 위원장 |
청소년대상 성범죄자의 성명, 연령, 생년월일, 직업, 주소 등과 범죄사실의 요지를 관보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 및 정부중앙청사·특별시·광역시·도의 본청 게시판에 게시하는 청소년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제도가 시행된 지 7년이 지나고 있건만 청소년대상 성범죄의 발생 건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최근 들어 청소년 성범죄자의 얼굴까지도 공개키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 이 제도의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신상공개가 공개대상자의 인격권 등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것에 비해 범죄억지의 효과는 불확실하고, 다른 일반범죄자와 청소년 성매수자를 차별할 만한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려워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반대주장도 설득력이 없지는 않았었다. 이러한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신상공개의 정도를 강화해 범죄자의 얼굴도 공개하고자 추진하는 속내는 청소년 성범죄가 특히 재범으로 발생하는 빈도가 높은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 여겨져 어느 정도 수긍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청소년대상 성범죄자의 기본적인 신상뿐 아니라 얼굴마저 공개하면 그 가족들이 겪을 고통, 즉 이웃에게 알려져 얼굴을 들고 나다니거나 심지어 주거생활을 영위하는 자체가 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죄를 범한 본인이야 당하더라도 자업자득이라고 하겠지만 아무 잘못 없는 가족에게 연좌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어떤 근거로도 합리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권형준 한양대· 교수정보공개위원회 위원장
歐美서도 오래전 시행… 헌재 결정으로 논란 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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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숙 변호사 |
변별력 없는 우리의 아들딸들이 성폭력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그로 인한 피해 아동이나 그 가족들의 후유증은 너무나 심각한 상태이다.
법과 제도는 그 시대를 구성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적인 가치관이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공익인 ‘청소년의 성보호’를 위한 것이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를 둘러싼 평등권의 문제, 성범죄자의 인권 침해문제, 이중처벌의 문제 등은 신상공개제도를 둘러싼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으로 이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상태이다. 게다가 성범죄자 사진공개 등의 신상공개는 미국 대부분의 주와 영국 등 외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시행되는 제도들이다. 우리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찬반 논의가 있었지만 우리보다 훨씬 더 높은 강도의 신상공개의 형태로 반대론자들의 반대를 위한 주장이나 근거는 위헌심판 당시 제기되었던 주장들의 반복일 뿐 새로운 주장이나 논거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또다시 때늦은 찬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의견이 가해자의 인권보호나 피해 방지보다는 성폭력 피해 청소년의 보호에 더 무게가 있는 이상, 신상공개제도나 얼굴공개를 둘러싼 찬반 논의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논의이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법제도의 시행과 가해자의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엄격한 잣대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이명숙 변호사
형벌 이외 이중처벌은 국가권력 남용… 신중 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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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서강대 법대 교수 |
내년부터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공개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범죄자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어디에서 일하는지, 어디에서 사는지 등을 공개해서 다시는 그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성범죄자를 색출해 처벌하자는 데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형벌을 부과함과 동시에 이런 조치를 추가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는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러한 처벌은 인간 파괴적이고 인권 침해적이다. 인터넷을 생각한다면 그 개인은 사회적으로 매장된다고 봐야 한다. 즉 이는 범죄자에게 파렴치한의 낙인을 찍어 사회로부터 배제하고 재활의 기회를 박탈하는 비인간적 처우이다. 둘째로 이러한 처벌은 이중처벌이어서 부당하다. 근대형법은 모든 범죄행위에 대해서 법률에 따라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도록 하였고 동시에 동일한 범죄를 이중으로 처벌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는 국가형벌권을 제한해 개인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형벌과는 별도로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이중처벌로서 국가형벌권의 남용이라고 하겠다. 만약 현행법상의 처벌이 성범죄를 억지할 만큼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면 형량을 조절하면 된다. 또 단순히 범죄자를 극형에 처하는 것으로는 범죄를 억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성범죄의 신고율을 제고하는 등의 여러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상수 서강대 법대 교수
가해자세부신상공개통해재범막는효율적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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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련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 |
이름과 주소지를 공개하는 기존의 방식은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점들이 있다고 지적되었고 신상공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반영해 법이 개정됐다. 개정법에 의하면 세부정보 중에 ‘얼굴’ 사진도 포함됐으며, 얼굴 공개는 기존에 제기되던 문제들을 개선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웃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이름까지 알 수 없으나 얼굴은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2006년 용산에서 일어난 신발가게 주인에 의한 아동살해사건은 신발가게 주인이 성폭력범이라는 정보만 있었어도 부모들이 아이를 혼자 가게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고 끔찍한 사고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얼굴이 공개되지 않고 이름만 공개되는 기존의 방식에서는 가령, 전혀 상관없는 같은 읍면동에 사는 ‘홍길동’이라는 동명이인이 이름이 같은 이유로 성범죄자와 동일인으로 오인을 받는 피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이러한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 ‘신상공개제도’는 ‘가해자’의 정보를 앎으로써 사전에 주의하고 성폭력범죄자의 재범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려면 얼굴사진을 포함한 세부 신상정보 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인 우리나라는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을 해당지역으로 한정한 것도 좀 더 확대하는 쪽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임재련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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