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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돌잔치, 금반지 대신 무슨 선물을?

입력 : 2007-11-21 17:42:00 수정 : 2015-06-18 1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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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의 푸짐한 돌잔치 음식들


[유노숙 워싱턴 통신원]  사람 사는 모양이 다 그렇듯 가는 사람은 가고 오는 사람은 오는 것이다.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집은 손주가 태어나서 백일 잔치 돌잔치에 정신 없는 집도 있다. 어쩔수 없는 사람 사는 모습들이다.

불과 열흘 전 친구를 땅속에 묻고 슬퍼하던 다른 친구가 외손주 돌잔치 해야하니 저녁 먹으러 오라는 것이다. 그래? 그러면 가야지 축하 해주어야지. 아니 그애가 벌써 그렇게 태어 난지 일년이 되었나? 세월 참 화살이네….

선물을 무얼 해주어야 하나 하다가 금반지를 사주려니 미국 애기라 좀 그쪽 친 조부모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고 옷을 사자니 백일 때 사준 것 같기도 하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현금이 제일 좋겠다 해서 현찰을 얼마 봉투에 넣었다.

우리 친구들이 다 그러하듯 언제나 한미 가족회 같다. 우리 친구인 외할머니만 한국 사람이지 애기하고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미국 사람들이다. 남편들은 애기에게 축하해 줄 생각들은 안하고 인디언스인가 레드스킨인가 축구에만 관심들 이다.

남편들은 아랫층에 내려가서 모두들 TV에 정신이 팔려 있다. 한국 아줌마들은 아니 할머니들은 손님으로 가서도 앉아 있질 않고 부엌에 들어 가서 무어 도와줄까 묻는다. 갈비를 더구워야 한다고 해니 갈비를 구웠고, 베란다 문을 열어 놓아 어디선가 파리가 몇마리 들어왔길래 파리채를 들고 파리 사냥을 했다.

돌잔치에 와서 파리 사냥하기는 내 평생 처음이다. 그렇게 한국 사람들은 하하호호 웃어가며 돌잔치보다는 만난다는 기쁨이 더 좋은 것이다.

만나면 사는 이야기, 고향 이야기 우리말로 마음껏 떠드니 이 얼마나 천국인가? 늦둥이 엄마는 아이가 어려서 아직 할머니 되려면 멀었지만 이제 다들 하나 둘씩 할머니 자리에 올라 앉아간다.

외할머니에게 돌상 차려받은 제이미는 노랑머리 파란 눈동자 완전히 서양 애기다. 한국 전통으로 한복을 입히니 복잡해서 거추장 거리는지 아주 싫어한다. 사진만 간신히 찍고 나니 옷고름이 풀리고 난리다.

걷는 것 보다는 기어다니는 주인공은 여기저기 기어 다니고 손님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축하를 해 주었다. 아이가 낯을 안가리고 아무한테나 잘 안기니 사랑받을 상이다. 이제 저 아이는 금방 유치원에 갈 것이고 초등학교 중학교 갈 것이다.

그리고 얼마후 이 첫 돌잔치는 추억으로 남아질 것이고 옛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한국 음식 중 맵지 않은 것은 이제 누구나 잘먹게 되었고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의 외할머니는 우리들에게 때마다 인절미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나 하고는 사는 방법이 영 딴판이다. 요리 좋아하고 살림 잘하고 마음 착한 친구는 이제 외손주 생일상도 잘 차려내니 거의 산 것은 없고 자기가 손수 만든 음식들이다. 나는 이 다음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마 그 친구가 떡은 해줄 것이다.

가고 오고 잊어버리고 기억하고 추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슬픈 일은 망각의 강을 건너며 잊어버리고 가슴에 묻고 아름다운 일은 추억에 담고 그렇게 오늘도 살아간다.

그리고 훗날 아이가 자라서 청년이 되어 그애를 바라보면 아스라히 잊혀진 이 첫 돌잔치를 생각해 낼 것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축복받는 인생을 살아주기를 빌어본다. 아니 꼭 그렇게 될 것이다. 내가 아는 그 애의 외조부모는 남이 안간 귀한 희생의 길을 간것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음식 만들어 남들한테 퍼먹이는 것이 그 친구의 취미이다. 자기 친정 부모가 논산 부자로 그렇게 하고 산 것을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어느 땐 지나칠 정도로 남에게 먹이는 것을 좋아 한다. 워싱턴의 우리 친구들 중 그녀의 인절미를 안먹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외손주의 생일 잔치는 그녀가 남들에게 먹일 수 있는 좋은 찬스이기도 하다. 그런 친구를 와할머니로 둔 아이는 또 그렇게 닮아가며 살 것이니 반듯이 축복받는 인생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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