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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의 말초신경' 퀵서비스…전화 한통이면 안방까지 배송

입력 : 2007-11-22 19:50:19 수정 : 2017-04-17 17: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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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서비스 기사들의 필수품인 지도. 이들은 틈틈이 지도를 외운다.
소화물을 빠른 시간 내 목적지까지 운송해 주는 ‘퀵 서비스’는 이제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물류업종이 됐다. 퀵서비스는 엽서만한 서류부터 급한 용무가 있는 사람까지 실어나르며 도시의 보편적인 배송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물류의 말초신경을 담당하는 퀵서비스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전 국민을 위한 대중 서비스

퀵 서비스는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짐이나 서류 따위를 목적지까지 빠르게 전달해 주는 서비스로 주로 소화물 배송을 전담한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건너왔다. 초기엔 심부름센터나 도매시장의 소화물 용달 수준에 머물렀지만 90년대 후반 수요가 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우리만의 ‘빨리빨리’ 문화가 더해지며 퀵서비스는 바쁘게 돌아가는 대한민국의 상징이 됐다. 지금은 기업체나 관공서는 물론 개인들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이륜특송업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3000개 이상의 업체가 있으며, 퀵서비스 기사는 10만∼13만명으로 추산된다. 서울에만 1만5000명이 넘는다. 40, 50대 남성들이 대부분이지만 여성 기사도 더러 있다. 시장 규모는 7000억 원에 이른다. 서울과 수도권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광역업체와 특정 지역, 이를테면 공단이나 시장을 대상으로 한 지역업체로 구분된다.

퀵서비스의 매력은 바로 신속성. 오토바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내에서는 아무리 늦어도 한두 시간 안에 배송이 가능하다. 오토바이는 교통량이 많고 정체가 극심한 도심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운송수단이다. 그러니 자동차를 이용하는 일반 택배 영역이 퀵서비스를 따라잡을 수 없다. 전화 한 통이면 기사가 문앞까지 와서 직접 물품을 받아가는 편리성도 장점이다.

#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퀵서비스

퀵서비스가 보편화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관련 법규나 제도가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홀대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 종종 신호 위반과 불법 운행을 일삼는 ‘거리의 무법자’나 ‘난폭운전의 주범’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오토바이는 화물운송 수단이 아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모든 퀵서비스 업체는 불법 영업 중인 셈이다.

게다가 영업신고만 하면 누구든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업이다. 진입장벽이 낮아 영세업체가 난립하고, 이는 과도한 요금할인 등 ‘제 살 깎아먹기’ 식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퀵서비스노조는 “빨리 관련 제도가 정비돼 퀵서비스가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통체계도 오토바이에 불리하게 돼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퀵서비스 업계 주력 기종인 125cc 이하 오토바이는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이 금지된다. 서울의 노들길이나 한남고가, 양재대로 일부 구간 등 몇몇 시내 주요 도로는 이미 자동차전용도로로서의 의미가 약해졌음에도 퀵서비스 기사들이 들어갈 수 없다. 이 때문에 가까운 거리를 돌아가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연료비도 그만큼 더 든다.

퀵서비스 노조 김창현 위원장은 “버스정류장이 버젓이 설치된 자동차전용도로도 있다”며 “시대에 뒤처진 도로교통 체계 때문에 퀵서비스는 이름과 달리 점점 느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퀵서비스 기사 이재수씨의 하루 동선


#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기사들

퀵서비스 배달업이 법외 영역에 있다 보니 배달원도 법의 보호를 못 받는 상황이다. 특히 ‘지입’형태의 근무 여건상 배송기사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서 권익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배송기사는 퀵서비스 회사에 일정액의 알선료(사납금)를 선급으로 납입한 후 회사로부터 배송업무를 소개받는다. 기사는 고객으로부터 요금을 직접 수령한다. 업체는 자체 운송수단이나 배달원을 보유하지 않은 채 알선업무만 담당한다.

이에 따라 사고가 나거나 배송물품이 분실·파손됐을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기사가 져야 한다. 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있지만 보상한도가 2000만원에 불과해 그 이상은 고스란히 개인 부담이다. 보상비 때문에 가정파탄에 이르는 사람이 많다. 의료·산재보험 적용이 안 돼 큰 사고가 나도 재활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이도 부지기수다. 이들은 최근 파업을 유보한 화물연대 트럭 운전사들과 비슷한 처지인 셈이다. 퀵서비스 기사들이 노동자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과다한 알선료 요구도 배송기사를 힘들게 한다. 회사가 알선료 비율을 일방적으로 정하는데, 보통 배송료의 25∼30%(40∼70만원) 수준에 이른다. 이를 빼면 실제로 남는 게 별로 없다. 업체 간 출혈경쟁에 따른 가격할인 부담도 기사가 떠안아야 한다. 이러한 불공정 계약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나 표준요금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업·관공서 점심 시간땐 기사들 배달 꺼려
주문자·인수자 자리 비우기 일쑤 '마의 시간'


퀵서비스는 실생활과 밀접한 배송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용자들은 정작 퀵서비스에 대해 잘 모른다. 평소 퀵서비스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살펴보자.

◆가격 결정은 어떻게 하나=일반적으로 거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서울의 경우 주문자 위치를 기준으로 기본거리(2∼3㎞)는 4000∼7000원, 시 경계까지는 8000∼1만6000원, 시 외곽 수도권으로 나가면 2만∼3만원 선이다. 광역업체는 대개 수도권·경기 전역이 운송 권역이다. 천안까지 아우르는 업체도 있다. 현재 업계 표준약관이 없어 업체마다 운임 차가 심한 편이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배송시간’은 주문 요청을 받은 시점부터 물품을 수령해 목적지까지 운반하는 데 걸리는 총 시간을 가리킨다. 서울 전 지역은 보통 1시간∼1시간30분이 소요된다. 물론 교통상황, 주소지 혼선 등의 변수에 따라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그 때문에 배송시간은 가격 결정 요인에서 배제된다. 요즘에는 정해진 시간 내 배송을 보장하는 ‘특송’ ‘급송’ 서비스도 등장했다.

◆퀵서비스는 소화물만 나르나=꼭 그렇진 않다. 아직 퀵서비스 운송 관련 법이 없어 운송 품목 규정이나 규격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오토바이 자체의 적재 한계 때문에 서류나 30㎏ 이하 소화물을 주로 배송한다. 부피가 커지면 운임도 비싸진다. 사람도 이용 가능하다. 사람은 3만∼5만원(기본거리 기준)이다. 하지만 최근엔 사고나 보상 문제로 사람을 태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학로 돌담에 그려진 퀵서비스 기사의 모습


◆배송을 꺼리는 시간은 언제=기업체나 관공서의 점심시간인 낮12∼오후 1시 사이. 기사들 사이에선 ‘마의 시간’으로 불린다. 배송품을 인계받으러 주문자를 찾아가든, 배송지에 도착하든 이 시간대에 걸리면 30분 이상은 지체하게 된다. 대부분 점심식사로 자리를 비우기 때문이다. 건물 안내데스크에 물품을 맡길 수도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고 한다.

◆퀵서비스 기사 휴대물품은=무전기와 휴대전화는 필수다. 회사는 무전기로 주문을 알선해준다. 아침에 출근한 순서대로 물량을 배정받는다. 무전기는 회사에서 지급한다. 같은 회사 소속 기사들은 공유 채널을 사용한다. 별도로 PDA를 쓰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PDA로 개별적인 주문을 받아 배송 물량을 더 확보한다. 시내 지도를 휴대하기도 한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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