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10년 만에 개화기를 맞고 있다. 기업에는 자본 조달의 창구로, 개인들에게는 유망한 투자시장으로 떠오르며 한국 경제를 떠받드는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1998년 한때 300선을 밑돌던 코스피지수는 10년 새 2000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펀드 시장도 커지고 있다.
◆280에서 2000시대로·사라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외환위기 직후 무너진 주식시장은 정보기술(IT) 거품 시대를 거쳐 올 들어 ‘코스피지수 2000시대’를 열었다. 1997년 12월3일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합의 당시 코스피지수는 379.31까지 떨어졌다. 다음해 6월16일에는 280.00까지 추락했다. 외환위기를 딛고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증시는 그러나 2000년 이후 IT 거품 붕괴에 카드대란, 2001년 9·11테러가 터지면서 오르다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이후 10년 동안 주요 상장사에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몰아닥친 후 주가는 다시 상승궤도에 올랐다. 지난 7월 주가는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하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 환란 직후 60조원대로 추락했던 증시 시가총액은 1100억원대로 17배 이상 커졌다. 주가이익비율(PER)도 12배로 세계시장 평균 PER 14배에 근접,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명해진 기업경영…봇물 터진 간접투자=한국 증시는 IMF 이후 양적으로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배구조와 기업경영이 투명해진 결과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최근 “인터넷을 통한 한국 기업의 정보공개 수준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준”이라고 격찬했다.
최근 몇년 동안 개인 투자자의 매매 형태도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단기투자에서 중장기투자로 옮겨가고 있다.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면서 2001년 70%대에 달하던 개인의 주식 매매 비중은 작년과 올해는 40∼50%대로 떨어졌다. 기관의 매매 비중은 2001년 14%에서 작년 말에는 20%대로 높아졌다.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2001년 말 6조9192억원에서 지난달 31일 기준 94조5520억원으로 무려 13.7배로 늘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증권사는 여전히 주식위탁매매(브로커지리)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종합 투자은행(IB)으로의 발전도 예상보다 더디다.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증권사를 투자은행으로 육성하는 것은 한국 경제성장에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개인의 투자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 교육연구소장은 “직접투자에서 펀드투자로 전환은 이뤄졌으나 분산투자와 채권 등 위기관리 부문은 더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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