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자주, 오래 하는 섹스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연령, 건강상태, 흥분 정도 등에 따라 성적 반응이 제각각이니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이상적인 성교시간이란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섹스시간을 놓고 말할 때 한국 여자, 특히 중년의 여인이라면 아무래도 좀 불리한 입장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말, 한 부부가 상담을 요청했다. 마흔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일주일에 다섯 번은 잠자리를 할 정도로 금실이 좋다는 부부. 예상 외의 복병은 ‘시간’에 있었다. 무뚝뚝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경상도 남편은 아내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빨리 자신의 욕구만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계가 지속하다 보니 아내는 횟수가 아닌 시간의 문제로 자연스레 잠자리에 흥미를 잃게 됐고, 회의감까지 느끼게 됐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애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인 잠자리만을 강요한 남편에게도, 섹스 자체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아내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교적 유교적 색채가 강한 대한민국에서 중년 여성의 시계가 남편에게 맞춰질 수밖에 없는 사실이 이해가 됐다. 여성이 ‘감히’ 잠자리를 논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전부터가 아닌가.
그래서인지 남편이 조루인지도 모르고 십년 넘게 잠자리를 해온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남편이 빨리 끝내는지, 길게 하는 건지 비교해 볼 만한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물어볼 기회도 마땅히 없다 보니 다들 그렇게 하고 사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성에게 섹스란 무엇보다 쾌락을 위한 유희일 수 있지만 여성은 좀 더 복잡하다. 남편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따라서 섹스 중 건네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에도 큰 전율을 느낄 수 있다. 폭풍처럼 휘몰아쳤다가 끝나버리는 섹스란 애초에 여성에게는 없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여자의 경우, 흥분 도달 시간은 3분에서 45분 사이로 꽤 폭이 큰 편이다. 그러나 사랑의 감정 없이도 극치감을 느낄 수 있는 남자는 자극 후 10초에서 30초 만에 흥분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어지간히 성격 급한 남자라면 여자의 오르가슴을 기다리기가 쉽지 않다.
섹스란 게 사정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육체적 즐거움이 중요하듯, 여자는 전희에서 더 큰 쾌락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섹스에서만큼은 여유를 부려 보자.
도성훈 연세우노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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