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이효정 교수 연구결과 질병이나 사고로 청각을 잃으면 곧바로 시각능력이 향상돼 상대방의 입술 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하는 이른바 독순술(讀脣術)을 습득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 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이효정 교수(사진)는 6일 언어를 익힌 후 청각을 잃은 전농 환자들이 독순술을 시행할 때의 대뇌 활성도를 조사한 결과 청각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청각 상실 후 바로 시각정보 처리에 이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뇌 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뇌(Brain)’ 11월호에 게재됐다.
이 교수는 전농 환자 9명과 정상 청력을 가진 대조군 15명을 대상으로 독순술을 시행할 때 대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되는지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해 조사했다. 그 결과 전농 환자들은 양쪽 측두엽 청각 영역이 독순술을 할 때 정상 청력의 대조군보다 광범위하고 높게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특히 청각 언어기능과 관련이 깊은 좌측의 활성도는 청각을 잃은 시점에 가장 강해졌다가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청각을 잃으면 두뇌가 시각언어 정보(입술 모양)만 처리할 때에도 즉각 청각영역을 동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독순술을 할 때 측두엽 청각영역이 활성화되는 정도가 점점 떨어진다”며 “대신 전두엽의 고위 인지기능 영역이 작동하면서 독순 능력을 계속 유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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