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 감독은 2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7년 전 ‘와호장룡’으로 한국에 왔는데 다시 오게 돼 기쁘다. ‘색, 계’처럼 한국도 일제 시대를 겪은 역사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큰 수확을 얻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리안 감독은 화제를 모은 영화 속 파격적인 정사신에 대해서 “아마도 내가 중년의 위기라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말해 기자들로부터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어 “과거에는 사랑에 대해 보수적이고 평범한 관점을 지녀 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젊었을 때 표현하지 못한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카우보이들의 동성애를 그린 ‘브로크백 마운틴’의 정사신이 그 괴로운 마음을 표현해야 했다면, 이번 영화는 ‘색’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더 노골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리안 감독은 “‘색, 계’의 노골적인 정사신은 주인공들의 사랑의 과정을 보여주는 데 꼭 필요했다”며 “‘브로크백 마운틴’과 ‘색, 계’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어 자매 같은 영화”라고 말했다. (아래 동영상 참조)
또 장 아이링의 단편 소설 ‘색, 계’를 차기작으로 고른 이유에 대해서는 “소설이 너무 훌륭한 작품이라 처음에는 감히 영화로 만드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쟁 시기 여성의 강인한 사랑을 보며 큰 매력을 느꼈다. 주인공이 연기와 가장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표현하는 과정이 너무 흥미진진했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그만큼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에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주인공 탕웨이의 연기에 대해 “여배우가 영화를 지고 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1만명이 모인 오디션에서 탕웨이를 처음 보는 순간 바로 그 여주인공이란 생각이 들었고 영화가 완성된 뒤에도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안 감독은 지난 2005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브로크백 마운틴’의 후속작인 ‘색, 계’로 올해 또다시 베니스에서 같은 상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리안 감독은 “베니스 영화제 수상은 너무 기뻤다. 특히 수상 직전 미국에서 영화가 ‘NC-17’ 등급을 받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베니스 수상으로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심사위원 7명이 모두 감독이어서 감독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기뻤다”고 말했다. 또 ‘브로크백 마운틴’처럼 (미 아카데미) 감독상이 아닌 작품상을 받은 터라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더욱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리안 감독과 탕웨이는 기자들의 질문에 충분하고 충실하게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기자회견 시간을 넘긴 뒤에도 부연 설명을 하는 등 성실함과 열정을 보여 박수를 받기도 했다.
영화 ‘색, 계’는 1930~194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친일파를 죽이기 위해 스파이가 된 여성의 슬픈 사랑을 그린 에로틱 스릴러물이다. 국내에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11월 8일 무삭제 개봉한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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