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시장규모 250억弗 예상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기술 삼성’의 저력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23일 공개된 세계 최초 30나노 64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는 640억개의 메모리 저장 장소가 손톱만한 크기에 집적된 반도체다. 이 제품 8개를 쌓으면 1만6000개의 노래 파일을 담을 수 있는 64기가바이트(GB) 메모리 카드를 만들 수 있고, 16개를 쌓으면 128GB의 메모리 카드를 만들어 영화 80편을 저장할 수 있다.
◆어떤 기술 적용됐나=삼성전자가 반도체 집적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64Gb 낸드플래시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의 독창적인 SaDPT(Self-aligned Double Patterning Technology)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SaDPT는 반도체 공정에서 패턴(반도체 회로 형성 상태)과 패턴 사이에 또 다른 패턴을 만들어 패턴 간 간격을 감소시킴으로써 반도체 장비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이다. 기존 기술인 DPT는 노광과 식각 과정을 반복하면서 1차 패턴과 2차 패턴 사이에 정렬이 잘못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SaDPT가 이를 극복하게 했다.
삼성전자는 “도미노를 세울 때 도미노 사이의 간격이 촘촘하면 도미노 1개만 건드려도 인접한 도미노들이 줄줄이 쓰러질 위험성이 있듯이 반도체 패턴 형성 시에도 패턴과 패턴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을 경우 미세 가공상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SaDPT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도미노 사이의 간격을 여유 있게 두고 그 간격 사이에 다시 2차 도미노를 세우는 방식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무엇이 달라지나=이번 신기술 덕분에 삼성전자는 원가경쟁력이 경쟁업체보다 앞설 수 있게 됐다. 전준영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상무는 “경쟁업체들은 현재 DPT와 유사한 방식으로 많이 개발하고 있는데 포토 공정 마스크를 두 번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많이 떨어져 원가가 올라가는 단점이 있다”며 “하지만 SaDPT는 산화막을 이용해 한번에 패턴을 만들기 때문에 기존 설비를 이용할 수 있어 신규 투자가 필요하지 않으며 이 덕분에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64Gb 플래시메모리는 앞으로 다가올 바이오 IT(정보기술) 시대에 요긴한 저장매체가 돼 새로운 시장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인간의 DNA 중 30억개의 특정 DNA 정보를 알게 되면 그 사람의 모든 DNA 유전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데, 이번에 개발한 64Gb 제품 16개를 모아 128GB 메모리카드를 만들면 무려 40명분의 인간 DNA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2009∼2011년 64Gb 이상 플래시메모리 시장의 규모가 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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