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정 위엔지에를 중국인은 ‘동화대왕’으로 부른다. 자신의 작품만 싣는 ‘동화대왕’이라는 잡지를 21년째 펴내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동화대왕’은 중국 내에서 발간되는 순수문학 월간지로는 부수가 가장 많아, 월 발행량이 많을 때는 100만권에 육박하기도 한다. 누적 발행 부수는 1억부가 넘는다. 13억의 인구를 감안하더라도 두 집 중 한 집은 ‘동화대왕’이 있는 셈이다. 베이징 번화가의 대형서점에는 그의 책만 따로 모아 놓은 특별 코너가 있을 정도다. 그가 그동안 낸 동화책은 약 400권에 이른다.
정 위엔지에 지음/윤정주 그림/심봉희 옮김/웅진주니어/8500원 |
정 위엔지에의 동화 시리즈 제목은 ‘피피루와 루시시 이야기’. 그가 창조해 낸 작품 속 인물 중에서 쌍둥이 남매 ‘피피루’와 ‘루시시’는 중국에서 모르는 아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이다. 표제작 ‘콩나물 병정의 모험’을 비롯해서 이미 한국에 선을 보인 ‘통조림에서 나온 소인들’, ‘빨간 소파의 비밀’도 ‘피피루와 루시시 이야기’에서 가려 뽑은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은 무겁지 않다.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특히 기발한 상상과 모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아이들이 저절로 빠져들도록 하는 매력이 있다.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아, 어쩜 이런 상상을 다 할 수 있을까’ ‘아, 그래. 나도 어릴 적에 이런 비슷한 상상을 해 봤어’ 하면서 감탄과 공감을 연발하게 된다.
‘콩나물 병정의 모험’은 루시시가 물에 담가 둔 오자미 안에서 노란 콩들이 자라 콩나물 병정이 되어 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루시시는 학교 교실에 사는 흰개미들이 재난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흰개미들에게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 콩나물 병정들의 도움을 받아 흰개미 나라를 찾아가기로 한다. 루시시는 자명종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 콩나물 병정들만큼 키가 작아져서는 콩나물 병정들과 피피루의 장난감 장갑차를 타고 출발한다. 하지만 흰개미 왕국은 루시시를 의심하고 인질로 잡는다. 콩나물 병정들은 루시시를 구하기 위해 흰개미 병정들과 싸워서 이긴다. 결국 루시시의 착한 마음이 흰개미들에게 전해져서 흰개미들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책에는 이 밖에도 요술 크림을 바르고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다양한 경험을 하는 ‘루시시의 요술 크림’, 미래의 일을 미리 알려주는 신비로운 라디오 주파수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신기한 라디오’,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가질 수 있는 일곱 마디 사탕수수대 보물을 얻어 고약한 마을 신선을 골탕먹이는 ‘엉터리 신선 혼내 주기’, 격투하는 인형들을 만들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즐기다 뒤늦게 후회한다는 ‘격투하는 인형’이 담겨 있다.
정 위엔지에는 결국 흥미롭게만 보이는 일련의 동화 시리즈를 통해 공부만 강요하고 위선에 가득 차 있는 어른들과, 아이들을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학교 교육에 대해 날카롭고 통쾌한 비판의 펀치를 날리고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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