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에서 화장실 복수(?)를 당하는 영어교사로 특별출연한 진인사필름 양중경 대표가 이 장면과 관련한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곽경택 감독의 고등학교 친구이기도 한 양 대표는 곽 감독의 전작 ‘친구’에서 구수한 억양의 영어선생님으로 출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있다. 우연히도 이번 영화에서 또 영어교사로 등장한 그는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촬영현장에서 혹독한 ‘연기 투혼’을 펼쳐야 했다.
양 대표가 활약한 장면은 영어교사에게 앙심을 품을 학생이 영어교사가 들어가있는 간이 화장실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는 장면. 이는 곽 감독이 영화 스태프들을 모아놓고 ‘학창시절 가장 골때렸던 사건이 무엇이냐’고 조사해 극에 삽입한 에피소드다.
“그 전장면이 진모씨가 낚시하는 장면이었거든예. 그래서 모두 거기 정신이 팔려있었죠. 그런데 내가 촬영할 차례가 돼서 간이화장실에 가봤더니, 이상한 냄새가 나는거예요. 분명히 새 화장실인데 말이죠. 알고봤더니 누가 진짜 화장실인 줄 알고 볼일을 봐놓은기라. 그래도 뭐 거기서 찍어야죠. 아∼ 진짜 고생 좀 했어예.”
‘사랑’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양 대표는 이 영화에서 제일 먼저 웃음보가 터지는 순간을 능숙하게 연기해냈다. 사실 ‘친구’에서 독특한 영어발음으로 예상치못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서 이미 팬도 생긴 어엿한 ‘배우’다.
“부산에 갔더니 횟집 아저씨가 ‘친구’에 영어선생님 왔다고 알아보는 거예요. 나름대로 선글라스도 끼고, 모자도 썼는데.(웃음)”
다음 목표는 연기변신(?). 양 대표는 “사투리를 좀 고쳐야 연기 폭이 넓어질텐데”라며 하하 웃었다.
한편 그는 곽 감독이나 주연 주진모처럼 ‘사랑’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모니터 결과 젊은층과 여성관객들도 많이 좋아해주고 있고, 또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 이번 추석 시즌에서 예매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은 당연지사.
다만 마초적인 색깔 때문에, 과연 ‘명절용 영화’로 괜찮은 것인지 일부 의혹이 시선이 있다.
“자꾸 남성적이다, 마초같다 하시는데 우리 절대 마초 아닙니다. 어디, 마초가 여자한테 ‘평생 지켜주겠다’하겠습니까. 영화도 그렇고, 현장 분위기도 그렇고 별로 안그래예. ‘사랑’도 가을이면 떠오르는 사랑 중에서 정말 이상적인 사랑을 그린 거죠. ‘저런 사랑도 있을텐데..’하는 사랑. 그런데 남편분들이 아내랑 보면 ‘너도 저렇게 해줄거야?’하는 공격을 많이 받는다더라고요.(웃음)”
양 대표는 ‘사랑’이 사람의 본심을 꿰뚫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추석에 모두 비슷한 색깔의 영화가 있으면, 뭔가 다른 하나의 영화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사랑’은 사람들의 본심을 담고 있기에, 트렌드나 분위기에 관계없이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며 ‘사랑’의 주진모만큼이나 뜨거운 열정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포츠월드 글 이혜린 기자, 사진 황인성 문화프런티어 rinny@sportsworldi.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