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해 중·소건설사의 부도가 잇따르는 등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것과 관련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미분양 사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줄이거나 투기지역 해제 등 단계적으로 해소되도록 돕는 게 정상적인 접근 방법이다. 그래야만 시장기능이 활성화돼 기업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정부가 팔리지 않는 민간 아파트를 국민주택기금이나 국가예산을 쏟아 부어 사들인다면 특혜 시비는 물론 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또한 매입 후 적정 가격에 되팔지 못한다면 엄청난 재정 손실이 발생할 텐데 이 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노무현 정권 주택정책의 근간인 국민임대주택은 벌써 공급과잉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강원지역은 현재 임대주택 공급이 계획 물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미임대율이 10%를 웃돈다고 한다. 갈수록 임대주택이 남아돌 판인데, 민간 아파트까지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쓰겠다니 가당치 않다. 별도의 펀드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한다지만 수익이 낮은 사업에 자금이 몰릴지 의문이며, 손실이 발생하면 재정 지원을 요청할 게 뻔하지 않은가. 정부가 매입해 헐값에 임대하면 비싼 값에 분양받은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미분양이 느는데도 손 놓고 있다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 무리한 정책까지 동원하려는 게 대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혹여 국민 부담으로 표밭을 다지려는 잔꾀를 부려선 안 된다. 미분양 아파트의 정부 매입 계획은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