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청국장 아이스크림’의 오판

입력 : 2007-09-05 10:16:00 수정 : 2007-09-05 10:16:00

인쇄 메일 url 공유 - +

[SW기자석]왕년의 영광을 되찾아오겠다는 해태제과의 최근 행보에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와 이미지 변신을 동시에 시도하려던 목표가 흔들리면서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내년으로 장담해온 재상장도 요원해지고 있다.
해태제과는 지난 7월 청국장을 주 재료로 사용한 27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부라보콘(1000원)으로 대변되던 해태제과의 프리미엄급 아이스크림 가격이 1.7배나 상승한 셈이다. 해태제과측은 콩의 담백한 맛과 복분자에서 추출한 이소플라본(에스트로겐의 효능)이 함유돼 있어 제품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한다. 110ml 용량의 미니컵 모양인 이 아이스크림은 당초 중년 여성층을 타깃으로 출시됐다. 그래서 이름부터 여유(女有)다. 그러나 야심찬 출발과는 달리, 현실은 냉담하다. 반응이 천차만별인 청국장이라는 심오한(?) 소재 외에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2700원이란 거금을 들여 구입하겠느냐에 의문이 든다. 이 가격이면 웬만한 고급 수입 아이스크림 제품과 맞먹는다.
더욱이 하겐다즈나 배스킨라빈스, 콜드스톤 같은 전문 매장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급 아이스크림이 이미 인기를 얻고 있고, 2700원이라는 고가의 제품은 편의점을 찾는 일반 소비자들이 선뜻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리고 냉정하게 비교해 볼 때 해태라는 브랜드로 승산이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출시 2개월이 지났지만 전국 어디에서 제품이 시판되고 있는지도 해태제과측은 말해주지 못한다. 시장 조사에서 “중년층 여성을 중심으로 소비욕구가 있다고 판단했다”라는 해명도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여기에다 도심인지 오피스타운인지, 아니면 주거밀집지역 중심인지 구분이 안된 시장 선정도 문제다. 청국장이란 소재만으로 경쟁하겠다는 데 여성층의 소비패턴을 간과했다. 소재보다 오히려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해태측은 외면했다.
이에 대해 해태제과는 편의점과는 별도로, 크라운베이커리에서도 판매된다고 강조한다. 도란도란 모여 앉아 취식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롯데의 나뚜루와 하겐다즈, 배스킨 라빈스, 콜드스톤까지 대부분의 테이크아웃 겸용 아이스크림 매장은 취식 공간을 두고 있다. 소비자들은 비싼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구입할 때 제품만을 사는 게 아니고 브랜드 가격과 자리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다. 해태만의 강점인양 떠들어댈 항목이 아니다.
2005년부터 제과업계에 불어닥친 아토피 사태로 해태제과는 실적과 경영악화에 시달려왔다. 올해 상반기 소폭의 흑자를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성장 동력의 부재는 결국 폭탄이 잠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정 서민 브랜드인 해태를 사랑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내년 재상장도 장담할 수 있다.

스포츠월드 김수길 레저생활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