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 3명 가운데 1명은 어지럼증이 있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그러나 대부분 증세가 심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우나 간과하다 큰 화를 키울 수 있다. 어지럼증 환자의 15% 정도는 어지럼증이 뇌졸중, 뇌종양 등의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지럼증은 치명적인 뇌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어지럼증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박씨의 경우처럼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이다. 몸의 자세를 조금 바꾸면 어지럼증이 생기지만 30초 정도 지나면 증세가 없어져 빈혈로 오해하기 쉬운데 외상이나 뇌허혈, 수술 후에 생기는 증상이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뇌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에 의한 어지럼증은 응급치료를 요하고 치료결과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어지럼증과 함께 신체 감각과 운동기능의 장애가 생기거나 발음이 이상하거나 삼키는 것이 부자연스러우면 뇌 CT나 MRI 등 정밀한 검사를 해봐야 한다.
최근 어지럼증에 관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어지럼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MRI검사 결과에서 33.7%에서 뇌경색이 진단됐고, 동맥경화 3.3%, 기타 혈관기형 및 뇌종양이 4.1%나 발견됐다. 뇌경색의 발생 빈도는 연령대별로 40대 9.2%, 50대 25.8%, 60대 49.3%, 70대 65%, 80대 65.2%로 연령높을수록 증가하는 만큼 노인이 어지럽다면 일단 뇌 관련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전정 신경염도 원인이 된다. 귓속의 평형신경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신경이 마비돼 발생한다. 갑자기 빙빙 돌 듯 어지럽고 심할 경우 안진(눈이 좌우나 위 아래로 떨리는 현상)과 구토를 일으킨다. 감기를 앓은 후에 발생하기 쉬우나 대부분은 1∼2주 내에 호전된다.
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 심인성 어지럼증이다.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주로 생겨나는 증상이다. 심인성 어지럼증 환자들은 ‘머릿속이 도는 듯하다’, ‘머리가 멍하다’, 또는 ‘아찔하거나 쓰러질 것 같다’는 등의 막연한 증상을 호소한다.
◆감별과 진단이 중요하다=어지러운 정도, 기간, 발생 상황, 동반된 증상, 과거력 등을 상세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 우선 어지럼증이 전정기관의 질환에 의해서 유발되는지, 비전정기관의 질환에 의해서 유발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환자 본인이나 주위 사물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듯한 느낌의 어지럼증은 주로 전정계 질환에서 나타난다. 반면에 비전정계의 질환은 졸도하기 전에 나타나는 어지럼, 저혈압, 심인성 어지럼증, 눈을 감으면 없어지는 안성 어지럼 등이 있다. 이 경우에는 ‘머리가 흔들린다’든지 ‘쓰러질 것 같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또 어지러움의 증상이 말초성신경계(자극과 반응이 전기신호형태로 오는 신체 말단 감각기관) 원인인지, 중추성신경계(자극을 종합해서 반응하는 신경계로 뇌와 척수가 해당함) 원인인지 구분도 필요하다. 말초성 원인에 의한 경우는 중추성 원인에 비해 심한 급발작 증상과 청력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자세 변화에 따라서 증상이 달라지고 눈을 감으면 어지럼증이 악화되고 눈을 뜨면 완화된다. 중추성 원인은 말초성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요란하지 않지만 치명적일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검사와 손쉬운 예방법은=어지럼증 검사에는 청력검사와 평형기능검사가 있다. 또 평형기능검사는 자세검사, 안진검사 등이 있다. 자세검사는 얼마나 중심을 잘 잡는지를 센서를 이용하여 측정하는 검사이며, 안진검사는 귀나 눈의 자극을 통해 눈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검사다. 또 몸을 회전시켜 눈의 움직임을 기록해 진단하는 회전의자검사가 있다. 회전을 하며 반고리관에 일정한 자극이 되어 안구의 움직임이 나타나는데 이를 측정하는 검사이다.
어지럼증이 심할 경우에는 일단 머리를 움직이지 말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증상이 심할 경우 전문의 진단을 통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하지만, 급성기가 지나면 전정기능 강화훈련(표 참조)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정기능강화운동은 장기적으로 전정기능을 회복시키고 강화하는 일종의 전정재활치료이다. 이 같은 전정기능재활운동은 일시적으로는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전정기능 회복을 위해서 필요한 치료이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도움말: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황성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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