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섭 선생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이 선생의 부친 월헌(月軒) 이보림(李普林·1902∼1972) 선생의 위패를 모신 경남 김해시 장유면 덕정리 월봉서원(月峰書院) 앞마당에서 발인제를 시작으로 장례식을 거행했다.
전국에서 모인 유림과 문하생, 조객, 일반 시민 등 20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장례식은 조선시대 사대부 장례의 맨 앞에서 악귀를 쫓는 역할을 했던 방상씨(方相氏)탈을 선두로 내세워 200여개의 만장과 상여가 뒤따르며 도심 속 전통 유림장을 재연했다.
특히 탈 명인 이도열(61) 고성 탈박물관 명예관장이 제작한 신앙탈의 일종인 방상씨탈은 장례행렬 맨 앞에서 춤을 추고 길을 열어나가면서 악귀를 쫓는 역할을 재연해 눈길을 끌었다.
장례행렬은 월봉서원을 출발해 장지인 장유면 반룡산 선산까지 1㎞ 정도 이어졌다.
상여꾼 35명은 상두꾼인 최덕수(63) 김해국악연수원장의 선창에 이어 후렴구인 “어호∼와 어호∼와 어화늠차 어화∼늠”을 읊조리며 2시간 여 동안 운구를 했다.
운구 중간에 장유면 하촌마을 입구와 고인의 선영에 있는 화산정사(華山精舍) 밑에서 두 번의 노제가 진행되면서 조객들과 상주들이 곡을 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만장과 상여가 장지에 도착한 뒤 전통 유림장의 절정에 이른 장례식은 방상씨탈이 묘지의 귀퉁이를 창으로 찌르며 악귀를 쫓은 뒤 낮 12시를 기해 하관의식이 진행됐고 혼령을 신주(神主)로 옮길 때 행하는 제주제(題主祭)와 산신에게 고인을 잘 보살펴 달라는 의미의 산신제(山神祭)도 열렸다.
이 선생의 묘지인 음택(陰宅)은 반룡산 해발 100여m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데 내청룡 외청룡이 겹겹이 감싸주고 우백호가 지켜주는 횡룡결작의 명당으로 알려졌다.
◇화재 선생의 유해가 안치된 반룡산 중턱의 음택. 토질이 황적백흑 등 오색토여서 명당임을 입증하고 있다. |
성백효(62)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 교수는 “화재 선생은 청소년시절 일제 압제하에서도 전통의식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었다”며 “전국 단위의 마지막 유림장으로 치러진 이번 장례의식은 우리 고유의 전통예절과 의식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례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개좌(유림회의)에서 영남 기호학맥의 후예이며 평생 고향에서 월봉서당을 지키면서 한학을 가르치고 ‘화재문집(華齋文集·전27권)’ 등 40여권의 방대한 저술량을 남긴 고인의 업적과 정신을 기려 전국 유림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화재(華齋) 이우섭(李雨燮) 선생의 운구 행렬이 4일 오전 장지인 경남 김해시 장유면 반룡산 앞 도로를 지나고 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