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브리즈번에서 해야 할 마지막 학업 의무가 끝났다. 마지막 시험. 방학을 맞이한다는 해방감에 빌어 놀기보다 이제까지 나의 모습을 돌아보기 위해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얼마 전 엄마 아빠와 통화를 하는데 눈물이 났다. 7년간 언제나 나를 지지해 주시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항상 옆에 계신 듯 나를 보듬어 주시던 두 분 생각을 하면 모르는 사이 눈물부터 흐른다. 눈물이 흐르는 걸 알아채면 그 모습이 바보스러워 통곡으로 이어진다.
왜 눈물이 나는 걸까. 그 동안 내가 후회 없이 잘 했으면 눈물도 나지 않을 텐데. 7년간의 나를 돌아보며 나 스스로를 질책하는 것이 요즘 나의 습관이 된듯하다. 왜 그때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어리석게 살았을까. 왜 그때는 이렇게 대처했을까. 왜 그때는 이 정도뿐이 하지 못했을까. 누구든 말할 수 있듯이 과거는 돌아오지 않고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해도 소용없는 짓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이 시점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후회인걸 어찌할까.
7년이라는 긴 유학생활의 종점으로 하루하루 다가가고 있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과거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아까워 또 너무 값져서 자꾸만 머리 속에 또 가슴 속에 담아두려 하는 것 같다. 여기서 스스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과거의 후회가 반드시 내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깝기만 한 과거가 아니라 값진 미래에 발판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내 머리 속에서 회오리 치듯 뒤죽박죽 섞인 후 말끔히 정리되어야 한다.
요즘 많은 학생들이 조기유학을 한다. 영어를 배우고 또 더 넓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유학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이 생활이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이 비용을 위해 부모님들의 고생이 발판이 된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하지만 이를 방해하는 것들 또한 너무 많다.
진정한 독립이 아닌 독립생활의 자유로움, 한국과 다른 자유분방함, 주위에서의 나쁜 영향, 나태함 등등, 이겨내기 힘든 요소들이 많다. 이를 다 넘어서는 것이 100점짜리 유학생활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는지 안 했는지가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스스로 뼈저리게 눈물을 흘리며 안쓰러워하는 이유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속에 어학연수를 통해 고등학교를 나오고 지금 대학교를 졸업하지만 스스로 떳떳할 수 없다면 어찌 이것이 자랑스럽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유학을 하고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너희들은 스스로에게 또 부모님들에게 얼마나 떳떳할 수 있느냐고. 이 질문은 내가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가진 이 후회를 다른 이들은 겪지 않길 원하기 때문이다. 만약 느낄 수 있다면 나의 후회를 너희 것으로 알고 남은 시간을 더 노력하길 바랄 뿐이다.
나와 같이 유학을 하는 친구들아. 나 혼자 유학생활 정리하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희 몇몇 중에서 내 옛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워지는구나. 방학 동안 실컷 놀아도 틈틈이 뒤를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다짐이 새 학기부터는 더 빛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힘들어서 눈물이 나고 모든 게 다 싫어져도 이겨내지 않으면 후회뿐이 없을거라는거 빨리 깨닫기를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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