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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속 여성]르누아르 - 독서하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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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7-06 11:13:00 수정 : 2007-07-06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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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얼굴” 햇살 머금은 해맑은 미소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면서 결정적인 순간들이 찾아온다. 첫눈에 반하는 반려자를 만나게 되는 우연도 그럴 것이고, 평생을 함께할 내 천직을 찾게 되는 일도 이에 속한다. 20세기 프랑스의 대표 화가 르누아르는 평생 화가의 길을 걷게 하는 순간을 13세 때 만났다. 어려운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시작한 도기 공장 일이 그것. 처음에는 도기의 윗 그림 그리기로 시작했지만, 20세에는 국립미술학교에 들어가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게 된다. 우연히 발견한 예술을 향한 그의 열정은 예순에 이르러 관절염으로 그림을 그리기 힘든 순간에도 계속되었다. 급기야 손에 붓을 묶어놓고 그림을 그릴 정도의 부자유스러운 몸이 되었지만, 불구의 몸은 그의 의욕을 꺾지 못했고 지금에도 몇 손가락에 꼽히는 다작 화가로 불리게 했다.
르누아르의 풍경이나 정물도 훌륭하지만, 널리 알려진 걸작 속에는 여인과 어린이, 나체가 등장한다. 미묘하게 섞인 색채를 통해 그림 속 대상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표현법은 여러 작품 속에서 일괄적으로 보인다. 서른 중반의 르누아르가 그려낸 ‘독서하는 소녀’는 그의 화풍을 보여주는 대표작. 독서 삼매경에 빠진 소녀의 모습은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과 어우러져 절묘하게 포착되어 있다. 빛과 책 속 이야기에 둘러싸여 충만해진 소녀의 감정이 작품 속에서도 그대로 묻어나는 듯하다. 르누아르의 작품 속 빛은 인물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마력이 있다. 오죽하면 생명감이 느껴지는 작품 속 소녀의 얼굴을 보고 ‘빛을 머금은 살결’이라는 평을 했을까.
이 그림의 실제 모델인 소녀는 몽마르트르 근처의 거리에서 품을 팔던 어려운 처지의 소녀였다. 청소와 심부름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던 소녀가 어려운 환경에도 틈틈이 독서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를 모델로 청했다고 한다. 힘겹게 살아가는 소녀에게 책은 좋은 친구이자 스승, 미래의 꿈을 꾸게 하여준 삶의 동반자가 아니었을까. 독서로 충만해진 소녀의 감정이 그림 속에도 그대로 묻어나는 듯하다.
요즘 우리 주변은 어떤가. 바야흐로 ‘영상·이미지’의 시대다. 특정 드라마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폐인’이 난무하며, 미드(미국 드라마), 일드(일본 드라마)는 공중파 채널 침투에 스스럼이 없다. 너무 볼 것이 많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책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것이 어찌 보면 당연지사다. 2006년 우리나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읽는 책이 11.9권. 한 달에 한 권도 안 되는 독서량이지만, 1995년 첫 조사 이래 꾸준히 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이른바 ‘정보 스모그 시대’에 정선된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만드는 원천인 책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애써 긍정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사회적 요구에 의해 독서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 그저 책 읽는 게 좋은 몽마르트르 언덕의 소녀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펼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싶다. 책은 오래도록 인류의 마음을 살찌워 온 양식이니까.
심형보 바람성형외과원장(www.brea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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