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으로 출발 17년 근무… 작년 110명 검거 “제가 걸어온 여형사의 길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윤화자(36) 경위가 2일 ‘여경창설 61주년 기념일’을 맞아 제4회 ‘다모(茶母) 대상’을 수상했다. 다모 대상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에 힘쓰거나 범인 검거 실적이 뛰어난 여성 경찰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고교 졸업 후 1990년 순경으로 경찰에 첫발을 디딘 윤 경위는 근무 기간 17년 중 13년을 강도·성폭행·마약·조직폭력 사범 검거에서 명성을 날린 ‘베테랑’ 수사관이다. 그는 지난해에만 주요 범인 110명을 검거해 이 중 10명을 구속하고 100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윤 형사는 “눈을 감으면 지난일이 한편의 슬라이드처럼 스쳐 지나간다”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인을 검거할 때 느꼈던 뿌듯함과 보람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수상은 여러 동료 경찰관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서울청 여경 기동수사대와 마약·광역수사대 직원 모두를 대표해 받는 상으로 알겠다”며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윤 경위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8년 동안 서울경찰청 여자형사기동대에 근무했고, 2004년에는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창설요원으로 참여했다. 이듬해에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자리를 옮겼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마약수사대 근무 당시에는 투약범의 연인으로 가장해 활동하다가 판매책에게 들켜 자동차에 감금되기도 했다. 윤 경위는 당시 생명의 위험을 무릎쓰고 마약 사범 20여명을 검거해 수십만명 투약 분량인 5kg의 해시시를 압수했다.
여자형사기동대 근무 당시에는 성폭행 피해자로 가장해 피해자 방에서 일주일간 잠복근무를 한 끝에 상습 성폭행범을 잡기도 했다. 또 1999년에는 전과 23범인 여고생 성폭행범을 격투 끝에 검거해 ‘서울경찰청 포돌이 검거왕’에 올랐고 제1회 여성의 날 여성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윤 경위는 “제가 순경으로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여자경찰관이 그리 선호도가 높은 직업이 아니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엄마 직업을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걸 보니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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