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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물에 취하고 ''물'' 산을 머금다

입력 : 2007-06-29 16:32:00 수정 : 2007-06-29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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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황룽산, 주자이 거우 인적 드문 곳에서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초록 풍광을 감상하며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계절이다. 중국 쓰촨성(四川省) 서북부에 위치한
짱족(藏族) 자치주의 황룽산(黃龍山)과 주자이거우(九寨溝)는
‘물에 취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찾지 않을 수 없는 비경이다.
영롱한 비췻빛 호수를 품은 이곳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자연의 보석이다.

#해발 3500m 고산에숨은보석, 오채지

황룽산과 주자이거우가 있는 주자이거우의 주황공항에 내리자마자 밀려드는 한기. 아니나 다를까 공항 직원들은 6월인데도 한겨울에나 입는 모직코트를 입었다. 공항 안으로 들어서면 겨울 점퍼를 파는 곳도 심심찮게 눈에 띄니, 이곳이 해발 3500m의 고산지대임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구름 속으로 들고 나기를 반복하며 40여분 만에 도착한 황룽산 입구. 이보다 더 맑은 공기를 마셔본 적이 있을까 싶을 만큼 청정무구 그대로다. 해발 5000m가 넘는 고산 10여개가 병풍처럼 둘러싸인 이곳은 황룡이 내려앉은 형상이라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생물권 보호구로 지정됐다.
석회질이 침전된 강바닥에 만년설이 물이 되어 흘러내리며 계단식 연못을 이룬 곳이 우차이츠(五彩池). 수백 개의 작은 호수가 햇빛을 받는 위치에 따라 다른 빛깔을 뿜어낸다. 오묘한 물빛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만, 고산지대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겐 어지럼증을 동반한 고산증도 밀려온다. 정상에서 세 시간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맨발에 여름 샌들을 신고 간 무지함을 탓해 보지만 이미 늦었다.
◇눠르랑 폭포는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전망대가 있어 한눈에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신의 실수가 빚어낸 114개의 호수
한 여신이 자신을 흠모하던 남신에게서 받은 후 실수로 떨어뜨린 거울이 인간 세계에서 114개의 눈부신 호수로 변했다는 주자이거우는 1975년부터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2004년 주황공항이 문을 열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성수기에는 관광단지 안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 600∼700여대가 모자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용하게도 사람 손때를 타지 않고 태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인간선경’ ‘동화세계’라고 불릴 만큼 물빛이 좋아 이곳의 물을 보면 다른 곳의 물은 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Y자 모양의 거대한 계곡을 따라 114개의 호수가 이어지는데, 하루에 다 볼 수 없어 입장권도 아예 이틀치를 끊어준다.
셔틀버스를 타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끝없이 이어지는 호수들의 향연은 눠르랑(諾日郞), 전주탄(珍珠灘) 폭포에서 절정에 달한다. 장엄한 물보라를 일으키는 눠르랑 폭포는 물살이 떨어지기 무섭게 잔잔한 비췻빛 호수로 변신한다.
다시 조금 위로 올라가면 길이 18㎞에 달하는 르쩌거우(日則溝)가 모습을 드려낸다. 물빛이 고와 물고기가 구름 위를 헤엄치고 새들이 물밑에서 날아다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슝마오하이(雄猫海)와 영화 ‘영웅’ 촬영지로도 유명한 젠주하이(箭竹海)를 지나면 판다들이 군집하는 원시림으로 이어진다.
오른편 관광을 마치고 다시 왼편으로 올라가면 해발 3060m의 창하이(長海)가 나오는데, 깊이가 100여m에 달하며 S자 형태로 울창한 산허리를 감싸고 도는 자태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창하이를 보고 내려 오는 길에 루웨이하이(蘆葦海)를 지나간다. 루웨이하이는 가을이면 호수를 둘러싼 단풍이 물빛에 비치는데, 알록달록한 모습이 호랑이 가죽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자이거우엔 이같이 사연도 많고 전설도 많은 100여개의 아름답고 고요한 호수들이 펼쳐져 있다.
◇황룽산의 만년설이 흘러내려 계단식 연못을 이룬 우차이츠.

#짱족의 터전, 주자이거우
주자이거우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깃발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짱족 마을임을 알리는 표시다.
주자이거우가 황룽산과 함께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이 지역에서 취사나 숙박이 전면 금지됐지만, 이곳이 생활 터전인 짱족들에겐 그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외부에 새로 마을을 만들어 주겠다는 중국 정부의 제안도 거절하고 전통방식 그대로, 그들의 터전을 지키며 살아가는 짱족 때문에 주자이거우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에서는 짱족의 집을 방문해 그들의 전통 손님접대 문화를 체험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반가움의 표시로 목에 걸어주는 흰 줄, 술잔을 비우기가 무섭게 채워주는 주도(酒道) 또한 정겹다. 물빛에 취하고 짱족들이 따라주는 전통 술에 한껏 취하니, 신선이 따로 없는 여행길이다.
주자이거우=글·사진 서혜진 기자 hyjin77@segye.com

≫여행정보

주자이거우까지는 청두(成都)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40분 정도 걸린다. 하루에 딱 한번 오전 8시를 전후해 비행기가 뜬다. 워낙 고산지대인 데다 출발지인 청두에 비가 많아 연착을 밥먹듯 한다. 공항에서 반나절 이상 기다리기도 한다. 3년 전만 해도 청두에서 버스로 12시간을 달려야 했다니, 이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5월부터 9월까지는 평균기온이 14도여서, 관광하기에는 조금 춥다. 기온이 급변하니 두툼한 카디건은 필수. 고산지대여서 자외선도 강하다. 선크림, 선글라스, 모자도 필수다. 거듭 강조하지만, 고산증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 십번 비가 오고 해가 나기를 되풀이하니, 우비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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