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SBS 월화극 ‘내 남자의 여자’(김수현 극본)에 이어 요즘 한창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는 SBS 수목극 ‘쩐의 전쟁’(이향희 극본)이 또다시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연예계에서는 이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방송 시나리오와 대본에도 저작권 침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반응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같은 소송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것.
현재 ‘쩐의 전쟁’은 소송을 제기한 증권사 펀드매니저 출신 허윤호 씨와 방송사·만화원작자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 과연 어디까지를 저작권 침해로 봐야하는가 하는 것이 판결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잇단 저작권 침해 논란에 대한 판결은 지금까지의 판례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결국 담당 재판부의 판단과 판례에 따라 이번 사건의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날이 갈수록 급증하는 저작권 분쟁조정과 소송, 금지처분과 손해배상에 대한 제도와 기준이 국내에서는 전무한 상태”라며 “저작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이러한 소송사례가 쌓이다보면 기준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질투(왼쪽), 토마토 |
하지만 “아무런 근거없이 소송을 제기하거나 표절의혹을 남발하는 이들에게는 적극적인 제제가 가해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드라마 표절 논란은 가요계의 표절 논란과 함께 연예계에서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주로 국내 드라마가 일본 드라마나 만화와 비슷하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1992년 인기리에 방송된 최수종·최진실 주연의 트렌드 드라마 MBC ‘질투’가 일본의 인기 트렌드 드라마 ‘도쿄러브스토리’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샀고, 1999년에는 김희선 주연의 드라마 SBS의 ‘토마토’가 유명 일본 만화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테니스만화 ‘HAPPY’를 베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외과의사 봉달희(왼쪽), 태왕사신기 |
최근 방영이 연기된 배용준 주연의 화제작 ‘태왕사신기’도 드라마 기획단계에서부터 김진의 만화 ‘바람의 나라’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또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는 방송 초반부터 극의 분위기나 등장인물의 설정이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와 비슷하다고 해서 표절 시비가 일기도 했다.
이러한 드라마를 포함한 연예 콘텐츠의 표절 논란과 저작권 침해 분쟁은 앞으로 한미 FTA 시행에 따라 국제적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예계에서도 표절과 저작권 침해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스포츠월드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