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철환 판사 심리로 열린 보복폭행 사건 첫 공판. 김승연 한화 회장은 시종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김 회장은 검찰이 “1차 폭행 장소인 서울 청담동 G주점에서 피해자들을 폭행했느냐”고 묻자 “피해자들을 ‘가볍게 쥐어박고’,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고 진술해 조용히 얘기하기 위한 우연한 행동이었을 뿐 계획된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검사가 “G주점 룸 안에서도 얼마든지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김 회장은 “검사님, 술집 안 가보셨죠? 옆방에서 밴드가 (연주하고) 있는데 어떻게 조용히 이야기합니까”라고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
김 회장은 청계산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아들을 때렸다고 주장한 피해자 조모씨를 3∼4대 이상 때렸다며 폭행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조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해 “희롱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제일 거짓말 많이 하는 사람을 많이 때렸다”고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는 특히 “때리다가 피곤해져서 경호원들에게 더 때리라고 했다”고 발언해 방청객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어떻게 때렸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도 그는 “권투에 대해 좀 아시나. 라이트 레프트 몇 번 때렸다. 복싱에서처럼 ‘아구(아가리의 사투리)를 여러 번 돌렸다’는 거다”라며 오른팔을 휘둘러 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제가 복싱협회장을 15년 했다. (아들이) 계단에서 굴러서는 이마가 찢어질 순 있어도 눈이 그렇게 붓진 않는다”며 해박한(?) 복싱 지식을 과시하기도 했다.
쇠파이프를 사용한 폭행 여부에 대해 김 회장은 “공사장 쇠파이프를 주워 겁주기 위해 조씨의 머리통을 쳤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손으로 파이프를 잡고 툭 때린 건가”라고 묻자 “정확한 표현을 하셨네요”라고 말하는 여유도 보였다. 하지만 곧이어 “겁만 줬다”며 진술을 바꾸기도 했다.
김 회장은 “‘아들이 눈을 다쳤으니 너도 눈을 맞아봐라’라고 했다”, “피해자가 아들 또래인데 제가 ‘맞장’을 뜰 수 있겠나”, “(거짓말을 해서) ‘귀싸대기’ 몇 번 쳤다”는 등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마구 쏟아냈다.
한편 김 회장은 자신의 심문 직전 재판장에게 “몸이 좋지 않아 팔을 좀 기대도 되겠느냐”고 요청해 허락을 받았으나, 심문 중간에 턱을 괴고 답하다가 재판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김귀수·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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