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스크린의 쌍두마차 여우로 거론됐던 이들이 새내기 연기자들에게, 더 나아가 여성들 사이에 얼마나 선망의 존재로 자리잡았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두 여우는 현재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웨딩마치를 울린 기혼녀라는 사실은 같지만 심은하는 은퇴했고, 전도연은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의 트로피까지 손에 들며 절정의 빛을 발하고 있다.
배우로서 만개한 순간, 은막의 뒤로 사라진 심은하의 선택을 부러워하는 쪽도 있을 것이고, 결혼과 관계없이 현역 배우로 달리는 전도연의 인생을 동경하는 쪽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예전에는 심은하 쪽에 저울의 추가 기울었다면 이제는 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결혼하면 ‘만인의 연인’이라는 타이틀을 내준 채 기혼녀에 대한 세간의 고정관념 등에 갇혀 위축된 연기 인생을 펼치게 마련이다라는 공식이 와르르 무너졌기 때문이다.
‘결혼한 뒤 이력에 흠집을 내느니 차라리 멋지게 사라지겠다’는 소리가 맥을 못 출 만큼 결혼을 계기로 더욱 눈부신 연기 열정을 뿜어내는 미시군단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결혼은 여성 연기자에게 인기의 무덤이 아니라 오히려 날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칸영화제를 호령하며 뜨거운 박수를 받은 영화 ‘밀양’의 전도연 뿐 아니라 SBS ‘내 남자의 여자’의 김희애, SBS ‘불량커플’의 신은경 등 안방극장의 화제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도 ‘결혼 반지’를 손에 낀 기혼녀 스타들이다. 2007 상반기 히트드라마 목록에 들어있는 SBS ‘외과의사 봉달희’의 타이틀롤을 맡은 이요원 역시 연예계 최연소 신부라는 말을 들으며 2003년 23세의 나이에 웨딩마치를 울린 아이 엄마. SBS ‘마녀유희’의 한가인도 엄밀하게 말해 사적으론 ‘아줌마’다.
남성 스타들이 ‘결혼은 33세 이후에나 할래요’라며 알 수 없는 기준의 만혼(晩婚) 희망을 입버릇처럼 내뱉고 있는 가운데 반대로 여성 스타들은 20대를 넘기지 않겠다는 듯 결혼 소식을 거침없이 알려오고 있다. 장신영, 왕빛나, 사강, 한채영 등이 최근 웨딩드레스를 걸친 20대 스타들로 대부분은 결혼과 연기 활동은 상관없음을 외치며 물 흐르듯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단순히 ‘워킹맘’이나 ‘맞벌이’의 차원에서 활동을 지속하는 게 아니라 대범한 연기에도 몸을 던지며 ‘미시의 파격’을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달라진 경향이다. ‘내 남자의 여자’와 ‘불량커플’에서 육탄공세를 마다하지 않는 농도 짙은 러브신까지 척척 소화한 김희애와 신은경은 관록이 안주가 아니라 도전이라는 낱말과도 친분이 두터움을 증명했다. SBS 새 주말극 ‘황금신부’에 출연하는 홍은희 역시 푼수끼 가득한 노처녀 역으로 이미지 파괴를 시도하며 ‘제 2의 연기인생’을 준비중이다.
파격을 꿈꾸는 미시연기자들의 행보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라는 공적인 자아에 대한 자각과 욕망이 강해진 데서 비롯한다. 이들은 대부분 “껍질을 깨고 싶었다”는 이구동성으로 ‘배우본색’을 주저없이 드러내고 있다. ‘현모양처라는 사적인 입장 때문에 배역을 선택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라거나 ‘혹시 가족의 동의는 구했는가’와 같은 지레 걱정의 얄궂은 질문에도 “일과 가정은 별개다”, “시청자들이 연기와 프라이버시를 혼동할 만큼 분별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등으로 당당하게 응수하고 있다.
실제로 기혼녀 스타들이 풋풋한 처녀 역을 맡는다고, 혹은 속옷 바람으로 이글이글 욕망을 분출하는 ‘팜므파탈’을 연기한다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청자들은 드물어 보인다. 고인 물을 거부한 ‘기혼녀스타’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이를 지리멸렬한 일상의 자극제로 받아들이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여배우와 결혼의 달라진 상관관계가 중견배우들의 재발견과 더불어 연예계 전반에 흥미롭고 멋진 화두로 부상했다.
스포츠월드 조재원 기자 otak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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