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이미지와 현실 관계'' 분석 문제 나와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고도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진입하는 현대에서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포괄할 수 있는 특징적 현상에 주목한다. 르페브르는 일생에 걸쳐 ‘일상’을 탐구했으며, 역저 ‘현대세계의 일상성’보다 20여년 앞서 출간된 ‘일상생활 비판’(1946)에는 일상이란 무엇이며, 어떤 특성이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일상성의 의미는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에 대한 논의가 담겨 있다. 그는 일상에서 비참함과 위대함이라는 모순된 두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일상의 비참함은 사물, 욕구, 돈 등 현실의 지배를 받는 분야와의 관계에서 비롯한다. 위대함은 땅에 뿌리박고 영원히 지속되는 속성에 기인한다고 봤다. 위대한 예술작품이 만들어진 것도 어느 권태로운 일상에서일 것이며, 영원히 지속되는 인간의 삶처럼 일상성은 완강히 지속된다는 것이다.
‘현대세계의 일상성’은 일상을 형성하는 여러 요소들을 통찰한다. 특히 관습, 언어, 이미지 등이 인간의 삶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가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이미지 중에서 사람들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고다. 상품 판매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려고 광고 제작사들은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파헤치고, 그것을 왜곡된 이미지로 만들어 광고에 구현한다. 소비자들은 광고에 나타난 이미지에서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발견하게 되고,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욕망을 충족하고자 한다.
그러나 상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 욕망이 실현될 수 없으므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충족감은 일시적이고 표면적인 만족에 불과하다.
2003학년도 연세대 정시 논술고사에서는 이미지에 대한 세 가지 관점과 함께 이와 연결될 수 있는 3개의 제시문이 주어졌다. 논제는 제시문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세 가지 관점을 각각 설명하고 자신의 입장을 논하라는 것이었다.
제시문 (가)는 ‘이미지가 심오한 현실을 표현한다’는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인 최완수의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 중 일부 내용이 주어졌다. (나)는 ‘현대세계의 일상성’ 중 일부로 광고에 나타난 조작된 이미지를 예로 들어 ‘이미지는 심오한 현실을 은폐하고 변질시킨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제시문 (다)는 벨기에 출신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사진)로, ‘이미지는 심오한 현실과는 관계가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제시문 (나)에서는 현대사회의 광고에 나타난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광고는 현실이 아닌 것, 실현할 수 없는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것처럼 조작해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구매를 유도하는 탓에 ‘이미지는 현실을 은폐하고 왜곡한다’는 주장과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기 위해 주어진 세 가지 관점 중 하나를 택하거나 그 밖의 관점을 드러내는 것 모두 가능하다. 답안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절한 사례를 더할 수 있다면 이미지에 대한 추상적인 논의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김수연 비타에듀 에플논술硏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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