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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포스, 고자질을 한 죄로 벌을 받은 최초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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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4-23 00:00:00 수정 : 2007-04-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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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거리에 보면 “교통사고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볼 수 있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을 증언해 줄 목격자를 찾거나,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친 경우라면 범인을 추적해야 한다.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상금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호소를 해도 목격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설령 목격을 했다고 하더라도 경찰에 출두하거나 법정에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증언을 하려하지 않는다. 자칫 증언을 잘못하면 자신이 화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시포스도 괜한 목격담을 털어놓았다가 신의 미움을 받아 벌을 받게 되었으니, 그 시시포스의 후예인 우리가 이를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가축을 훔쳐간 아우톨리코스의 약점을 잡아 그를 협박함으로서 그의 딸 안티클레이아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시시포스. 그는 결국 아름다운 처자와의 하룻밤을 지내게 되는 행운을 얻었으니, 고약한 인간이다. 그 결과 시집도 안 간 그 처자는 덜컥 임신을 하고 말았다. 처녀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자 시시포스는 우리 남자들의 그 잘난 선배로서의 기지를 발휘하여 그녀와 멀리하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처녀가 아이를 낳는 일은 피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녀는 부랴부랴 요염한 몸짓으로 라에르테스를 유혹하여 그와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는 산달이 되자 아이를 낳았으니, 그가 바로 오디세우스이다. 오디세우스의 실제 아버지는 바로 시시포스였지만 라에르테스는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못내 뒤가 구리긴 했지만 자신이 벌여놓은 일을 다른 남자가 등장함으로써 근심을 덜게 된 시시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부터 지혜가 뛰어나고 명민했던 시시포스는 방황을 접고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에필라라는 도시를 건설했는데, 건설 도중에 멜리케르테스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는 이 시체를 다시 잘 매장해 주고는 이를 기념하여 이스토미아의 장례경기를 열어 축제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근처에 있는 아크로코린토스 언덕에 망루를 지어 성채를 강화하여 나라를 굳건히 하는데도 힘을 썼다. 시시포스의 도시는 점점 강성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제우스가 아이기나를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하신 아소포스였고 어머니는 강의 님프 메토페였다. 제우스는 그녀를 오이노에 섬으로 끌고 갔다. 바람기가 다분했던 제우스는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아이기나를 범하고 말았다. 뒤늦게 딸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아소포스 하신은 그녀의 뒤를 추적하다가 시시포스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시시포스에게 딸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시시포스는 아소포스에게 자신이 딸의 정보를 알려주는 대신에 조건을 들어달라고 한다.
“좋소. 내가 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대신 크로코린토스에 신선한 샘물이 솟도록 해주시오. 그러면 내가 이제까지 보았던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주겠소.”

아소포스는 시시포스와 약속을 하고는 그 자리에서 샘이 솟아오르도록 만들어 주었다. 샘을 얻게 된 시시포스는 그 샘의 이름을 페일레네 샘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고는 이제까지 자신이 보았던 일들을 모두 아소포스에게 알려주었다.
화가 잔뜩 난 아포소스는 제우스의 뒤를 따라 오이노 섬까지 따라갔다. 하지만 제우스는 그에게 벼락을 내리게 해서 그를 죽이고 말았다. 결국 아포소스는 죽고, 그의 딸 아이기나는 임신하여 아이를 낳았으니 아이아코스이다.

제우스는 자신이 못된 짓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목격하고 아포소스에게 정보를 제공한 시시포스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났다. 그래서 그는 저승사자 타나토스를 시시포스에게 보내 하데스에게 데려오도록 명령했다. 타나토스는 인간에게 할당된 수명이 지나면 그 사람의 머리털을 잘라 하데스에게 갖다 바치고는 그 사람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역할을 하는 저승사자이다.

하지만 남달리 지혜가 뛰어난 시시포스가 쉽게 당할 리 없었다. 그는 타나토스를 교묘하게 속여서 오히려 그 저승사자를 속여 결박한 뒤 토굴에 가두어 버렸던 것이다. 이렇게 저승사자가 토굴에 갇혀서 꼼짝 못하게 되지 이때부터 인간은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다. 나중에서야 인간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을 보고는 신들은 타나토스가 토굴에 갇혀서 활동을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신들은 인간이 죽지 않는 것을 우려하여 아레스를 보내 타나토스를 토굴에서 구해냈다.

다시 활동을 개시한 타나토스는 다시는 속지 않으리라 마음에 다짐을 하고는 우선 시시포스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그를 저승으로 데려가는데 성공했다. 타나토스는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시시포스를 저승에 가두어 버렸다. 하지만 시시포스는 자신에게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나름대로의 방법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는 이 날을 예측하고는 아내인 메로페에게 지시를 내려두었던 것이다. 그의 아내는 시시포스가 시켰던 대로 시시포스의 시체를 매장하지 않았다. 그의 영혼은 저승에 와 있었기 때문에 만일 그를 매장하면 그는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의 아내는 그를 매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그의 아내는 사람이 죽으면 관례적으로 시체에게 바치도록 되어있던 제물도 바치지 않았다.

한편 하데스는 시시포스의 아내 메로페가 장례를 치르지 않는 것을 보자 화가 났다. 그는 화가 잔뜩 나서 저승에 있는 시시포스를 불러 시시포스 스스로 장례를 지내도록 하라고 명하고는 그를 다시 지상으로 돌려보냈다. 자기 꾀대로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 시시포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시시포스의 꾀에 신들이 놀아난 셈이었다. 저승을 떠나 지상으로 돌아온 그는 코린토스로 돌아왔지만 하데스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러 저러한 교묘한 방법으로 오히려 저승의 신들을 납치하여 가두면서 장수를 누리며 지상에서 많은 날들을 원 없이 살았지만 신들도 그의 꾀를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도 인간인지라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가 죽자 신들은 그에게 당한 치욕을 생각하며 치를 떨었다. 신들은 그가 죽은 후에도 그에게 벌을 내렸다. 시시포스가 죽은 후 그의 유해는 타르타로스에 매장 될 예정이었지만 신들은 그의 유해를 매장시키는 대신 그 유해에게 벌을 내렸다. 그는 신들의 미움을 받아 죽은 후에도 언덕에서 영원히 큰 돌을 밀어 올려야 하는 벌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돌을 그가 정상 근처까지 겨우 밀어 올리면 다시 밑으로 굴러 떨어지도록 되어있었다.

시시포스가 만일 제우스가 바람피우는 것을 보지 못했더라면, 설령 보았다고 하더라도 증언을 하지 않았더라면, 부조리한 운명을 맞아서 무거운 돌을 굴려 올리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힘이 있고, 권력이 있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여자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제우스와 같은 인간들도 얼마든지 있으니, 우리 사는 세상도 신들의 모습을 따라 배운 것이다. 또한 시시포스가 샘을 얻기 위해 아포소스에게 정보를 제공한 탓으로 우리 인간들도 늘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언덕위로 올라가고 있으니, 처신을 잘 하는 것만이 사서 고생을 하지 않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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