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을 잃는 고통속에서 태어나 베토벤의 아홉 번째 교향곡인 합창교향곡은 음악 사상 최고의 교향곡으로 꼽히는 곡이며, 베토벤 음악에서도 절정의 예술성을 뽐내는 작품이다.
합창교향곡을 듣고 있으면 최고의 교향곡이란 명성에 걸맞게 마음속 깊은 속에서 우러나는 환희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만들고 초연할 당시 베토벤의 건강상태는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베토벤의 생애는 음악교과서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해 청력을 잃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그가 겪은 고통은 보통의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했다.
베토벤은 어려서부터 가난에 시달리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 때문에 피아노에 더욱 매달렸다. 재능과 노력이 더해져 베토벤은 이십대 후반에 음악가로서 인정을 받았지만 그와 동시에 귓병을 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청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음악가로서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치료약조차 없어 남몰래 민간 치료를 받다 점점 악화돼 결국 청력을 완전히 잃었다.
베토벤은 음악가로서 청력을 잃은 사실을 두려워했지만, 귓병 자체가 주는 고통도 극심했다. 귓병에 걸린 뒤 어지럼증에 시달렸고 심한 복통과 갑작스럽게 화를 내거나 우울해지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베토벤은 자신이 죽은 뒤 해부를 통해 도대체 왜 아팠는지를 밝혀 달라고 유언을 남겼을 정도다. 당시엔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지만, 최근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분석해 그가 심각한 납중독 상태였으며 그 때문에 청력을 잃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베토벤은 엄청난 고통과 좌절의 순간에서도 이를 끝까지 싸우고 이겨냈다는 점에서 위대한 인간으로 칭송받고 있다. 물론 고통을 이겨낸 사실이 아니더라도 합창교향곡과 같은 그의 음악적 성취 자체도 대단했다.
합창교향곡은 빠른 템포의 신비로운 연주로 시작한다. 무엇인가 갈망하는 듯하면서도 이후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어 밝고 기쁨에 찬 2악장이 뒤를 잇는다. 종래의 원칙을 무시하고 스케르초를 구성한 2악장은 4악장의 환희를 예고하는 생명의 리듬이 약동한다.
3악장은 조용한 명상 가운데서도 정열에 잠긴 번뇌가 떠도는데, 그러면서도 아름다움이 차 있다. 4악장은 괴이한 소음으로 시작돼 환희의 가락이 점점 고조된다.
이 곡은 인류 평화를 향한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류의 평화를 갈망하는 베토벤의 열정이 담긴 합창교향곡을 통해 가슴이 터질 듯 감도는 환희와 열정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윤희수 아름다운오케스트라 단장
〈교과서에 나오는 클래식음악 100〉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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